매일신문

[책]물의 미래

日 참치초밥이 아프리카 물부족 초래?

물의 미래/에릭 오르세나 지음/양영란 옮김/김영사 펴냄

현재 세계 인구의 6분의 1은 물이 없어 고통받거나 죽어간다. 프랑스 최고 지성으로 추앙받는 에릭 오르세나는 2년 동안 물과 지구의 관계, 물과 인류의 미래를 연구하기 위해 물 위기가 닥친 현장을 탐사했다. 가뭄에 시달리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부터 물로 인한 질병이 만연하는 캘커타, 알제리 등 아프리카 북부 사막과 서부 연안, 지구 온난화로 위기에 직면한 지중해 연안 국가들, 세계 최대의 댐을 만들어 치수에 나라의 명운을 건 중국, 물을 통해 세계 중심 국가의 꿈을 키우는 싱가포르에 이르기까지 5대양 6대주를 탐사한 것이다.

지은이는 치수와 관개, 하수 정화와 담수화에 담긴 정치 사회적, 산업적 의미 등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예컨대 '일본의 참치초밥이 아프리카의 물 부족을 초래한다'는 말은 다소 엉뚱하게 들리지만 일리 있다. 지은이에 따르면 일본의 저인망 어선에 밀린 아프리카 모리타니 인근의 영세 어부들은 직업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어부가 사라지자 아프리카 식탁에서는 생선이 사라졌고, 이들은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더 많은 염소와 가축을 길러야 했다. 이 가축들은 생선과 달리 담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물이 점점 더 고갈된다는 것이다.(동물들이 먹는 담수가 물 부족을 야기한다는 주장은 다소 과장돼 보이기는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러니까 지구 한쪽 세계의 욕망이나 습관이 역학적으로 지구 건너편 사회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은유인 셈이다.

지은이는 "세계적인 물 위기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땅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라는 말로 책을 마무리한다. 지구에 있는 물이 우주로 날아가지 않는 한 전 세계적으로 치명적인 물 위기는 없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물의 양은 일정하지만 한쪽에서는 홍수가 나고 한쪽에서는 마실 물조차 구하지 못할 만큼 가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세상 누구나 깨끗한 물을 풍족하게 쓸 수 있는 기적의 해법은 없다면서 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아껴 쓸 수 있는 방안, 물을 적게 들이고도 충분한 식량을 얻기 위해 해야 할 노력 등을 이야기한다.

'물을 효율적으로 쓰고 아껴 쓰자'는 말은 뻔한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물에 대한 '연대의식'을 갖지 않는다면 물이 다른 형태의 위기를 부를 가능성은 충분하다. 물이 지구 전체를 직접 공격하는 일은 없겠지만, 지역별로 심각한 물 부족이 재앙을 초래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물의 속성을 '철학적'으로 정리한 '물의 초상' 편은 이 책의 주제인 물 위기와 크게 관련 없지만 흥미롭다. 예컨대 지은이는 '물은 천성적으로 파괴 본능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데, 물이 암석 사이의 광물질을 공격해 녹인다는 이야기, 파도나 빗방울 형태로 모든 종류의 물질을 산산조각 낼 수 있다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또 나트륨과 염소를 분리시켜 영원히 격리시키는 힘 등도 무시무시한 '물의 파괴력'에 속한다. 물론 이 같은 '파괴력'은 '창조력'으로도 작용한다. 암석 사이에 있던 광물질들이 녹아 다른 용도로 쓰이니까.

436쪽, 1만6천500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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