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80년만에 공개, 정선의 화첩 사수하라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VIP 특급 경호작전

왜관수도원이 겸재 정선의 그림 21점이 담긴 화첩을 80여년 만에 공개, 주목받고 있다. 조향래기자
왜관수도원이 겸재 정선의 그림 21점이 담긴 화첩을 80여년 만에 공개, 주목받고 있다. 조향래기자

'80여년 만에 공개되는 정선의 화첩을 사수하라.'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 수도원 새 성당 전시실에서 공개하는 겸재 정선의 화첩 지키기에 나섰다. 베네딕도회 한국 진출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를 통해 수도원의 희귀 사진자료 및 역사유물과 함께 첫 선을 보이는 정선의 '금강내산전도'(金剛內山全圖), '구룡폭'(九龍瀑), '함흥본궁송'(咸興本宮松) 등 미공개 그림 21점은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값진 문화재이기 때문.

왜관수도원은 그림 보호를 위해 '경비' 차원을 넘어 '경호'에 나서고 있다. 화첩을 VIP 인격체로 간주하고 특수훈련을 받았거나 청와대 경호실 근무 경력이 있는 대원들로 구성된 특별한 경호업체에 관리를 맡겨 절도·절취·강도 등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 것. 경비업체는 물론 보험회사조차도 부담스러워하는데 따른 수도원 측의 비상대책이다.

이 화첩은 일제강점기인 1925년 독일 노르베르트 베버 총아빠스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수집해 갔던 것으로 독일의 성 오틸리엔 수도원이 영구임대 형식으로 우리나라에 돌려준 것이다.

왜관수도원은 경호편의를 위해 20~25일 그림의 원본을 오전·오후 1점씩 하루 2점을 조심스럽게 공개하고 있으며 영인본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왜관 수도원 전시실에는 개관 당일부터 전국에서 하루 수백명의 관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화첩 반환을 주선했던 선지훈 라파엘 신부는 "왜관의 형제 수도원에 대한 깊은 신뢰의 표시와 함께 '한국인의 것을 고향으로 돌려보낸다'는 뜻을 담고 있다"며 "외국으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의 무상 반환에 아름다운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

조선 산수화의 시조로 불리는 겸재 정선의 그림은 특유의 화풍인 강한 농담의 대조 위에 청색을 주조로 암벽의 면과 질감을 나타낸 것으로 진경산수화의 새로운 경지를 엿볼 수 있다. 전국의 명승을 찾아다니며 그림을 그렸던 정선은 대구 인근 하양과 포항 청하에서 현감을 지내기도 했다.

칠곡·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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