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한가위가 돌아왔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추석 연휴가 짧아 아쉬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위력을 떨치고 있는 신종 플루 때문에 서로를 대하는 마음도 예년같지 않습니다. 그래도 한해 중 가장 넉넉한 한가위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 작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소박한 정을 나누는 것도 좋겠습니다. 올 추석에는 건강식품과 위생제품을 선물하려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올해는 서로가 가벼운 선물, 특히 손 세정제가 인기라고 합니다. 작은 비누 한 장에 따뜻한 마음을 담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이 다정히 이야기꽃을 피우고 풍성한 수확의 기쁨도 맛보는 정겨운 추석 분위기를 잘 나타낸 표현이다. 하지만 올 추석 풍경은 예년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숙지지 않는 신종플루와 경기침체 영향으로 민족 최대 명절 추석 풍속도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귀향길 막는 신종플루
주부 박가영(29'대구 동구 신암동)씨는 추석에 시댁 어르신을 찾아뵐지 아직 결정을 못했다. 예년 같았으면 당연히 다녀오는 것으로 생각해 선물 준비에 바빴지만 신종플루가 유행하고 있는 올해는 다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9개월 된 아기의 건강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장시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데 면역력이 낮은 아기의 경우 감염 위험이 높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가 신종플루 유행의 정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신종플루 감염을 우려해 고향에 가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구 출신으로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최영우(35)씨는 세살과 5개월 된 두 아이들 때문에 귀향을 포기했다. 어른들에게는 미리 양해를 구했다. 추석 지나고 따로 시간을 내서 찾아뵙기로 했다. 그는 "연휴가 짧아 고향에 가자마자 바로 올라와야 하는데 신종플루 감염 위험까지 안고 고향에 가기가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또 회사원 김도윤(41'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는 혼자 고향에 가기로 했다. 고민하다 아이들과 아내는 집에 남고 혼자 다녀오기로 한 것.
어른들이 귀향을 만류하는 경우도 있다. 이중근(74'대구시 수성구 중동)씨는 "손자들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돼서 서울 사는 자식에게 내려오지 말라"고 했다.
한편 신종플루의 여파로 추석 연휴 때 귀향을 하지 않겠다는 네티즌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G마켓이 추석을 앞두고 2일부터 7일까지 네티즌 7천2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고향 방문 계획이 없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33%를 차지했다. 고향에 가지 않겠다는 응답자 가운데 44%는 '신종플루가 신경 쓰여 집에 머물겠다'고 답했다.
◆나들이'여행객 감소
나들이 대신 가족들과 조용히 추석연휴를 보내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주부 신미영(32'대구 북구 동천동)씨는 추석 차례를 지낸 뒤 매년 아이들과 놀이공원 또는 박물관 등을 찾았지만 올해는 집에서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신씨는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에 가기가 꺼림칙해서 올해는 별도의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추석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줄었다. 여행업계는 짧은 연휴에 맞춰 단기 여행상품을 출시해 놓은 상태. 그러나 예년 같으면 추석을 전후해 여행객들로 넘쳐났지만 올해는 한산하다. 대구 하나투어의 경우 일본'홍콩여행상품을 내놓았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실정이며 여행 문의도 지난해 추석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이미 신종플루 영향으로 된서리를 맞은 여행업계는 추석 특수마저 기대할 수 없어 울상을 짓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번 추석에는 신종플루뿐 아니라 경기침체, 짧은 연휴 등 세가지 악재가 겹쳐 여행객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강'위생선물세트 인기
직장인 정지현(27'여)씨는 그동안 용돈으로 선물을 대신했는데 이번 추석에는 부모님에게 건강식품을 사드릴 계획이다. 지난 설 명절 때만 해도 생활용품과 과일, 술 등이 선물로 인기를 끌었지만 올 추석을 앞두고는 건강식품과 위생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면역력 증강 기능이 있어 신종플루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홍삼제품이 인기다. 한국인삼공사 대구지점에 따르면 추석을 앞두고 홍삼제품 판매가 20%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홍삼의 효능과 판매를 문의하는 전화도 잇따르고 있다.
대구백화점이 16일부터 선보인 홍삼 추석선물세트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백화점은 신종플루 영향으로 홍삼 선물세트 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GS홈쇼핑은 최근 홍삼분말을 정제 형태로 가공한 제품을 판매해 2회 방송에 6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CJ오쇼핑도 1시간 방송으로 홍삼제품을 6억원가량 판매했다. 이에 따라 홈쇼핑업계에서는 홍삼제품 편성을 늘리고 관련 신제품도 출시하고 있다.
신종플루 특수로 없어서 못판다는 손세정제도 추석선물로 인기다. 홈플러스 대구점은 8일부터 손세정제 추석선물세트 판매에 들어갔다.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다른 선물세트보다 일주일 정도 빨리 판매를 시작했다. 특히 항균 비누'손세정제'핸드 워시 등으로 구성된 한 선물세트의 경우 물건을 들여다 놓으면 바로 소진될 만큼 많이 팔리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물량이 달리는 양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홈플러스 대구점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손세정제 선물세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손세정제 선물세트가 많이 남았지만 올해는 양상이 180도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중저가 선물세트 부담 덜어
불경기 여파로 상여금 봉투가 얇아지면서 알뜰'실속형 추석선물세트가 주를 이루고 있다. 경북경영자총협회가 경북지역 100인 이상 사업장 180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는 업체가 68.7%로 지난해 76.7%에 비해 8% 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 CJ온마트가 진행한 추석선물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49%가 넘는 응답자가 2만~5만원의 선물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식품업계에서는 가격이 저렴한 선물세트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번 추석을 맞아 2만~5만원대 선물세트 비중을 늘리는 한편 실속구매 수요를 겨냥해 복합세트 구성을 강화했다. 특히 콩기름'올리브유'포도씨유'카놀라유'라이트라 등 식용유를 세트로 구성해 1만5천원에서 2만5천원 사이의 저렴한 가격대에 내놓았다. 참기름 선물세트 가격도 대부분 3만원대 안쪽으로 맞췄다. 스팸은 단품세트, 고급유세트, 복합세트 등으로 다양하게 편성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대상청정원은 포도씨유와 카놀라유 500ml 제품이 2병씩 들어간 '고급유 2호세트', 포도씨유 500ml 3병으로 구성된 '포도씨유 3호세트' 등 1만~2만원대 웰빙식용유 상품을 선보였다.
농협은 다양한 가격의 실속형 국산 농축산물 선물세트를 내놓았다. 김치'고추장'식용유 등이 포함된 아름찬선물세트는 2만~5만원대로 알찬 내용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 특징이다. 동원F&B는 중저가형 참치 실속세트에 초점을 맞춰 2만~3만원대의 제품만 30여가지를 준비했으며 오뚜기는 부담 없고 실속 있는 중저가 선물세트 80여종을 내놓았다.
불황으로 양말과 과자 등 가격 부담이 적은 추억의 선물세트도 각광받고 있다. 옥션에서는 가파치 신사양말 10족세트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옥션 관계자는 "가격이 비싸지 않고 향수도 불러일으키는 선물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안상호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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