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인동 찜갈비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구를 대표하는 오래된 맛이다. 동인동 찜갈비 골목은 의도적으로 조성된 곳이 아니다. 처음엔 그저 먹고살기 위해 가게를 열었고, 그게 돈벌이가 되겠다는 생각에서 너도나도 가게를 차림으로써 마침내 집단을 이루었다.
아직도 15개 업소가 어깨를 맞대어 이웃하며 영업하고 있는데, 입소문을 타고 전국적인 명물거리로 발전하였다. 그렇게 성공하기까지는 우그러지고 찌그러진 양재기가 한몫을 하였고, 그래서 양재기가 없었으면 동인동 찜갈비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곳 가게 주인들은 이미 오래 전에 '동인찜'이란 공동 상호로 특허를 받았다.
대구는 1960년대 후반 갈비와 불고기 전성기였다. 찜갈비도 그 연장선상에서 생겨난 음식이라고 보면 된다. 그 당시 동인동 일대는 주택가였고, 도로는 포장이 되지 않았을 뿐더러, 승용차가 비켜가기조차 쉽지 않은 좁은 골목길이었다. 그러다가 1975년 도로가 포장되면서 한 집 두 집 가게가 들어서 집단을 이루었다. 이 골목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는 '실비 찜갈비 식당'이다. 1968년 경산 출신인 박만수(85)씨가 처음으로 가게를 열었고, 지금은 아들인 박문일(58) 윤금화(55) 부부가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
갈비찜과 찜갈비는 비슷한 이름이지만 요리법이 다르다. 갈비찜은 삶은 밤'은행'석이채 같은 재료가 들어가지만, 찜갈비에는 그런 게 들어가지 않는다. 다만 고춧가루'마늘'설탕'한약재 같은 재료를 넣고 잘 버무린다. 또한 먹는 방법도 다르다. 먼저 반주 삼아 술을 마시면서 고기부터 먹고, 그 다음 양념에다 뜨거운 밥을 비벼서 먹는 게 좋다. 먹는 동안 입안이 얼얼해지고 이마에는 땀이 흘러내리게 마련인데, 반찬으로 나오는 물김치와 백김치로 얼얼해진 입안을 다스리면 개운해진다.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도 찜갈비가 있다. 그렇지만 동인동 찜갈비와는 딴맛이다. 그 비결은 양념에 있다. 그 가운데서도 마늘이 맛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마늘의 강한 향을 다스리자면 불의 강약을 잘 조절할 줄 알아야 된다. 불이 너무 강하면 마늘이 푹 익어서 향이 다 날아가 버리고, 너무 약하면 매운 맛이 남아 있어서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에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불길을 다스려야 된다. 말이야 쉽지만 익숙해지려면 10년은 족히 고생해야 터득할 수 있다.
양념이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모방하기가 어렵다. 그 같은 비결을 알아내려고 다른 지역 주방장들이 몰래 숨어들어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물어보고 먹어보기도 했으나 헛수고로 끝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집집마다 양념 만드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더더욱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양재기도 단단히 한몫을 했다. 양재기는 다른 용기에 비해 열 전도율이 좋다. 빨리 달지만 쉬 식지 않고, 기름이 잘 굳지 않는 장점이 있다. 그뿐 아니라, 우그러지고 찌그러져 볼품없는 양재기가 동인동 찜갈비의 대명사로 통하기도 한다. 다들 일부러 그렇게 만든 줄 알지만 그렇지가 않다. 손님들이 밀어닥쳐 양재기를 부엌 바닥에 마구 던지다 보면 부딪혀서 우그러지고 찌그러지기 마련이다. 그야말로 상처뿐인 영광이라고나 할까.
웃지 못할 이야기 한 토막을 옮겨본다. 서울에서 점잖은 손님들이 찾아왔다. 일행 가운데 한 사람이 '동인동 찜갈비 맛이 끝내준다'며 앞장서 길잡이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음식이 나오자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우그러지고 찌그러진 양재기를 보는 순간 다들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이건 '개밥그릇도 아니고' 하면서 마뜩잖게 여겼다. 앞장섰던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며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지못해 한두 점씩 먹었다. 그렇게 먹기 시작한 사람들이 그릇을 다 비우고 나자 표정들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 뒤로 단골이 되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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