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을, 이제는 좀처럼 보기 어려워진 정통 연극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소중한 장이 열린다. 대구 수성아트피아 '극단열전 2009'에서는 대구와 전국을 대표하는 명연극 4편이 릴레이로 무대에 올려진다. 지난해 5월 '대한민국 명품 연극전'을 흥행시킨 수성아트피아가 기초 예술인 연극 장르의 발전을 위해 또다시 마련한 특별 기획전이다.
◆대구와 전국 대표 연극의 만남
'극단열전 2009'에서는 대구와 전국을 대표하는 4개 극단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첫 작품은 10월 6일 공연되는 극단 연희단 거리패의 '햄릿'이다. '문화게릴라'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이윤택이 연출했다. '햄릿'은 1996년 초연 당시 원작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과 무대 구성, 수준 높은 연기로 "한국적 셰익스피어 공연 양식을 선보였다"는 찬사를 받았다. '햄릿'에서는 사랑과 복수, 권력욕 등 인간이 가진 오욕칠정의 이야기가 무덤앞에서 펼쳐진다. 특히 햄릿이 선왕과 만나는 장면, 무덤지기와 주고받는 선문답 장면은 동양적 상징이 가미된 명장면으로 꼽힌다.
10일에는 대구 극단 온누리가 '경숙이 경숙 아버지'를 선보인다. 이국희 연출에 홍문종, 김재만, 이홍기, 한기웅, 신숙희, 서정란 등 대구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한다. 박근형 작품인 '경숙이 경숙 아버지'는 밉지만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경숙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잃어버린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을 되새겨본다. 6·25전쟁을 배경으로 아내와 어린 딸을 버려두고 혼자 피란을 떠나는 무정한 아버지와 그 가족의 화해를 다뤘다. 간간이 터지는 웃음 속에 숨은 메시지가 가볍지 않다.
13일 '오이디푸스와의 대화'는 대구 극단 한울림의 작품. 정철원이 연출을 맡았고 천정락, 김혁, 윤은정 등이 출연한다. 아버지인 줄 모르고 살인을 하고, 어머니인 줄 모르고 결혼해 버리는 패륜을 저지른 영웅 오이디푸스를 통해 인간의 나약함과 한계를 투영한다. 극단 한울림 정철원 대표는 "과대망상증과 정신분열에 사로잡힌 오이디푸스의 모습에서 인간은 신이 정해준 운명을 넘지 못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공연은 17일 극단 목화레퍼터리컴퍼니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오태석이 연출을 맡았다. 목화레퍼터리컴퍼니는 우리 말, 우리 몸짓, 우리 소리 등 한국 전통 연희의 양식과 철학을 접목한 작품들을 선보여온 중견 극단. '로미오와 줄리엣'은 원작이 가진 비극적 줄거리 대신 희극적 요소를 가미, 해외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화려한 춤 솜씨를 발휘하는 잔칫집의 처자들, 태평스런 말을 해대며 단번에 소주를 들이키는 유모, 닭살 돋는 표정으로 줄리엣을 유혹하는 신부 등 개성 넘치는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평이다.
◆명연출가를 만나러 가자
이번 '극단열전 2009'에서는 이윤택과 오태석을 공연장에서 직접 만날 수 있는 '연출가와의 만남'도 마련된다. 두 사람은 한국적 미학을 연극에 구현했다는 평을 받는 이 시대 대표 제작자다. 이윤택은 10월 6일 오후 6시, 오태석은 17일 오후 7시 30분 공연을 마치고 만날 수 있다. 재미있는 연극의 세계와 연출, 연기에 대한 관객과의 대화를 갖는다. 수성아트피아 측은 "땀과 열정, 신명이 흐르는 연극을 통해 관객들에게 정통 연극의 참맛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극단열전 2009'의 각 작품은 오전 11시와 오후 7시 30분 2회 공연이며, 전석 2만원. 문의 053)666-3300.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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