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천지 속살을 보다, '대박' 행운을 누리다

9월에 오른 백두산

관광버스에서 지프로 갈아타는 곳. 관광객들로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관광버스에서 지프로 갈아타는 곳. 관광객들로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장쾌하게 떨어지는 장백폭포.
장쾌하게 떨어지는 장백폭포.
백두산 입구.
백두산 입구.

우리 민족의 발원지인 백두산이 문을 활짝 열었다. 웅장함과 신비함 그 자체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백두산 천지가 1년 중 이렇게 맑고 화창한 날씨를 허락하는 것은 며칠 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2006년 1월 1일 매일신문사와 대구등산학교는 꼭두새벽부터 백두산 천지까지 올랐다. 영하 40~50℃의 혹독한 추위와 눈보라 때문에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었다. 천지는 끝내 그 장쾌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고, 해돋이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하지만 이달 1일 백두산 천지 기행은 화창한 날씨 덕분에 요즘 유행하는 말로 '대박'이었다. 천지가 속살을 훤히 드러내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백두산 정기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대로 전해졌다. 3년여 시간의 간극이 마침내 메워지는 순간이었다.

◆백두산 아래 첫 마을 '이도백하'

백두산의 길목이며 송화강의 상류지역에 위치한 이도백하(二道白河). 이 마을의 지명은 한자 그대로 백두산의 물길 둘이 만나는 곳이란 뜻에서 유래했다. 이곳은 마치 우리나라의 1960, 70년대를 연상케 한다. 판자촌과 붉은 흙벽돌로 만든 집들이 아직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백두산 관광이 활성화되면서 이젠 곳곳에 새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연길시에서 새벽 4시 30분에 출발해 4시간여 만에 이도백하에 다다랐다. 고려음식점에서 먹은 아침식사는 마치 우리나라 시골밥상의 전형. 조미료도 없고 자연 그대로 웰빙음식이다. 오후 3시쯤 먹은 강원도식당에서 먹은 점심식사는 백두산 산행의 허기를 100% 채워줬다.

◆길림성이 접수한 '황금알 낳는 백두산'

불과 4년 전만 해도 백두산은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서 관리했다. 하지만 엄청난 관광수요가 몰리면서 중국 정부가 장백산(중국의 백두산 명칭) 관할권을 길림성으로 이전했다.

백두산 입구에 들어서자 이곳은 길림성이 관리하는 관광특구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관광객 한명 한명이 돈이었고 마치 기계에 실려가듯 버스에서 지프로 이동해 백두산 천지 바로 턱 아래까지 운송됐다. 이 차비만도 1명당 위안화 150원(한화 3만원 정도)으로 비쌌다. 여름철에는 1주일에 2만, 3만명의 관광객이 온다고 하니 그 수입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길림성이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조선족 자치주에 넘겨줄 리 만무하다.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은 하나같이 "아이고! 이 좋은 걸 왜 중국에 다 넘겨주느냐. 북한도 이제 백두산 관광특구 개발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백두산 천지 바로 50m 아래 휴게소까지 모든 게 돈으로 해결됐다. 버스 타고 또 지프만 타면 일사천리로 천지 턱 밑까지 갈 수 있다.

◆백운봉에서 바라본 천지 '웅장함'

중국 쪽인 백운봉에 올라 바라본 북한 쪽 최정상 장군봉(2,744m)의 웅장함은 감동이었다. 북한 쪽에는 백두산 정상에서 천지 아래로 내려가는 좁은 길도 멀리서 보였으며 북한 쪽 관리소도 천지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

천지는 용왕담(龍王潭)이라고도 한다. 남북의 길이 4.85㎞, 동서의 너비 3.35㎞, 둘레 13.11㎞, 평균수심 204m, 총적수량 20억400만㎥로 어떻게 산꼭대기에 이 물이 유지되는지 신비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수중괴물이 산다는 등의 소문이 끊이지 않는 듯했다.

백운봉에서 본 장군봉·병사봉·망천후·비류봉·차일봉 등 16개의 산봉우리가 거의 예술이다. 그 주위의 화구벽이 400∼500m 높이의 절벽이어서 접근할 수 있는 곳은 병사봉 동쪽과 달문 부근뿐이다.

◆장쾌하게 떨어지는 장백폭포

천지 관람 후에는 지프를 타고 내려와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장백폭포 쪽으로 향했다. 장백폭포는 1시간 정도 소요되는 트레킹 코스.

올라가면서 땅 속에서 솟는 온천 구경도 할 수 있고, 장백폭포 옆에 깎아지른 절벽의 비경도 볼 수 있다. 2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천지물이 수십m 아래로 장쾌하게 떨어지는 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아래에선 폭포물이 흐르는 계곡에 발을 담글 수 있다. 10초 이상 견디기 힘들 정도로 물이 차다. 백두산 천연 온천수에서 삶은 계란도 요기하기에는 딱 좋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1시간 정도 백두산 온천을 즐기는 것도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푸는 데 제일 좋은 건강요법이다.

백두산 천지에서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