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영애의 고전음악의 향기] 벨리니의 '카스타 디바', 마리아 칼라스

올해로 7번째인 대구오페라축제가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대구시립오페라단의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이 있다. 그동안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나 《리골레토》, 그리고 푸치니의 《나비부인》,《토스카》그리고 《투란도트》는 여러 단체에 의해 중복 공연이 있었다. 대구 오페라축제는 대구 시민들이 가을 하면 '오페라'가 떠오르게 만들어 준 것 같다.

9월 23일은 롯시니, 도니젯티와 함께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의 3대 작곡가 중의 한 사람인 빈첸초 벨리니(Vincenzo Bellini·1801년 11월 3일~1835년 9월 23일)가 사망한 날이다. 그는 특히 유려한 아리아 선율로 유명하며, 롯시니나 도니젯티만큼 극적인 박진감과 효과는 떨어지지만 기품이 느껴지는 우수에 찬 선율은 벨리니만의 매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의 멜로디는 듣기에는 단순한 듯이 보이지만 대단히 기교적이면서도 깊은 내용을 지니고 있다. 또한 고전적인 우아함과 낭만적인 정서가 잘 조화를 이룬 선율이라고도 할 수 있다.

34년이란 짧은 생을 살다간 벨리니는 19세기의 벽두인 1801년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카타니아에서 출생했다. 어릴 때부터 교회 음악가인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지도로 일찍부터 작곡가의 재능을 발휘하여 6세 때 첫 번째 작품을 작곡했다고 한다. 이후 18세에 나폴리 왕립음악원에 입학하여 학생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면서 이탈리아를 떠나 프랑스로 거처를 옮긴 롯시니의 뒤를 잇는 후계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죽을 때까지 11개 오페라를 남긴 벨리니를 오늘날까지 잊혀지지 않게 만들어준 오페라는 1831년 초 작곡되어 밀라노 카르카노 극장에서 공연된 《몽유병 여인》과 그해 연말 라 스칼라 극장을 위해 작곡된《노르마》였다. 1833년에는 《단테의 베아트리체》를 피렌체 라 페니체 극장에서 상연한 후, 파리로 이주하여 1835년에 최후의 오페라 《청교도》를 파리의 이탈리아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하여 대성공을 거두었다.

벨리니는 19세기 초 이태리 오페라의 가장 중요한 작곡자로 도니체티와 더불어 당대의 거장으로 꼽힌다. 벨리니의 기품, 우수에 찬 선율의 아름다움은 19세기 많은 작곡가에게도 사랑을 받았었는데, 쇼팽은 임종시 그의 아리아를 들려달라고 부탁했고,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의 대가 바그너도 벨리니의 작품에 매료되었던 걸로 알려져 있다. 스트라빈스키는 벨리니를 베토벤과 함께 '2대 B'라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하면 떠오르는 또 한 사람이 있다. 바로 1977년 9월 16일 사망한 세기의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다. 우리나라 오페라 마니아들이 가장 사랑하는 가수 중의 한 사람이자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있는 '카스타 디바(Casta Diva-정결한 여신)'가 아닐까 싶다. 칼라스의 대표적인 레퍼토리가 된 벨리니의 《노르마》는 칼라스가 무대 위에서만 약 80여회 공연했다고 한다. 1948년 처음 데뷔 무대를 가졌다고 하니 이후 1974년 은퇴할 때까지 얼마나 자주 연주했을지를 상상해보면 칼라스 이후 많은 여가수들이 《노르마》역에 쉽사리 응하지 않았다는 말이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오페라축제가 시작되는 이 가을에 무대 위에서 만날 수는 없지만 사랑하는 연인에게 버림받고도 자신의 신분이 사제이기에 괴로워하거나 하소연할 수도 없는 불쌍한 여인, 노르마의 '카스타 디바'를 들으면서 우수에 젖어보면 어떨까.

대학강사·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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