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질병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할 때면 반드시 따라다니는 문구들이 있다. 소위 유병률, 생존율, 사망률 등의 통계학 용어들이다. 거기에다 신뢰구간 몇 퍼센트의 오차가 어떠하고 표준편차는 이러하고 등등의 이야기가 나오면 대부분은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통계란 것이 원래 설명을 들어도 알 듯 모를 듯하지만 적용 기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수도 있기에 이런 우스갯소리도 있다. 수학자, 철학자 통계학자에게 '1 더하기 1'의 답을 묻는 문제를 냈다. 그랬더니 수학자는 "2"라고 답을 했고, 철학자는 "그대로 1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3일 수도 있다"는 기존의 관념을 무시하는 의미심장한 대답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통계학자에게 물었더니 통계학자는 귓속말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어떤 답을 원하십니까?"
지금도 시끄러운 신종플루의 확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달은 하루 자고 나면 달라지는 이야기들로 혼란스러웠다. 일상의 인플루엔자, 즉 계절 독감의 사망률은 대체로 0.05%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신종플루 환자가 2천명 정도가 될 때까지 사망자가 한 사람도 없자 "신종플루가 독감보다 덜 위험하다"고 했다. 사망률이 0%였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것이 환자가 2천명을 넘자마자 첫 사망자가 나오니 "위험성이 독감 정도"라고 했다. 사망률이 0.05%로 독감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다음날 두 번째 사망자가 발생하자 "신종플루가 독감보다 더 위험하다"고 했다. 사망률이 0.1%로 두 배가 된 탓이었다. 그것이 다시 며칠 만에 "독감보다 약간 더 위험한 수준"이 되었다. 이번에는 감염자 수가 3천명을 넘어섰기 때문에 분모(分母)가 커져서 사망률이 0.07%로 낮아진 것이 그 이유였다.
이렇게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모습이 얼핏 우스꽝스러워 보였겠지만 사실 통계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다만 분모의 크기, 즉 감염자 수가 과연 신빙성이 있느냐는 의문은 있다. 감추어진 감염자가 열 배, 스무 배는 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추측도 있기 때문인데, 그것이야말로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분모가 2천명이던 지난달 말에 일본은 4만명이고 미국은 10만명이었다.
새로운 종류의 독감이라고 '신종플루'라고 이름 붙었지만 어차피 독감은 독감이다. 그것도 이미 50년 전쯤 한 번 지나간 것이라는 설도 있어 '신종'이라는 이름마저 무색해진다. 거기에다 "연로하신 분이 지병이 있으면 감기로도 돌아가신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도 사망환자가 한 명씩 늘 때마다 신문과 방송에서 운동경기처럼 중계를 하니 국민들은 두렵기만 하다.
나의 간절한 바람은 이번 플루 소동도 여느 계절 독감처럼 지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솔직히 나의 섣부른 예측이기도 한데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가 얻은 것은 '철저한 위생 습관'일 것이고, 잃어버린 것은 '공포의 시간들'일 것이다.
정호영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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