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나눔, 행복 곱하기…도서배달사업 한달째

대구 달서구, 저소득 가정 동심의 '멘토'로

대구 달서구가 펴고있는
대구 달서구가 펴고있는 '행복나눔 도서배달사업'이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멘토 프로그램으로 각광받고 있다. 도서배달부가 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선생님, 추석에는 송편 만드는 거라면서요?"

"그래, 교과서에서 배웠지. 한 번 읽어볼까. 다 읽으면 선생님이 도서관에서 빌려온 추석명절에 관련된 책을 읽어줄게."

초등학교 1학년인 한별(가명)이는 엄마 없이 아버지, 4명의 형·누나들과 함께 살고 있다. 아이들은 반찬도 없이 간장을 찍어 식사를 해결하고, 집은 청소를 않아 먼지와 벌레가 들끓는다. 그러나 한별이에게 요즘 신나는 일이 생겼다.

일주일에 한 번 찾아오는 '도서배달부 선생님'이 한별이의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있기 때문. 책도 읽어주고 숙제도 도와주며 청소와 음식만들기도 함께 해 준다.

24일 오후 도서배달부 강희순(40·여)씨가 집을 방문하자 한별이는 "며칠 전에 약속한 송편 만들기를 하자"며 팔짝팔짝 뛰었다. 강씨와 한별이는 나란히 앉아 책을 읽은 뒤 지점토로 송편 만들기를 했다. 한별이는 "송편만들기는 처음 해봤다"며 "책을 자꾸 읽으니 이제는 글자도 눈에 잘 들어온다"고 좋아했다.

대구 달서구가 펴고있는 '행복나눔 도서배달사업'이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좋은 멘토 프로그램으로 각광받고 있다. 8월 말 시작해 한 달 남짓 지난 이 사업은 현재 달서구 지역 52명의 저소득 가정이나 조손가정,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거리가 멀어 도서관까지 가기 힘든 어린 학생들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책을 빌려다 주고, 반납하는 일을 봉사자들이 대신하고 있는 것. 봉사자들은 책을 읽어주고, 토론을 하고, 숙제를 돌봐주는 등 '학습도우미'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강씨는 "책을 통해 상처입은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사업이 효과를 내고 있다"며 "처음에는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던 아이가 이제는 책읽기에 곧잘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면 마음이 흐뭇하다"고 했다.

자원봉사자 중에는 중·고교생도 상당수. 학생들에게는 자원봉사의 기회를 제공하고, 자원봉사 마일리지도 부여한다.

대구 달서구 드림스타트팀 관계자는 "이 사업은 자원봉사자와 아이들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저소득층 아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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