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부패

중국 런민르바오(人民日報)가 1천 년 동안 최고의 부자(富者)는 누구일까란 기사를 실은 적이 있다. 1위부터 10위까지 부자 순위를 매겼는데 대부분이 권력을 업고 막대한 뇌물로 부를 축적한 인물들이었다.

1위를 차지한 인물은 명(明) 정덕제 때 환관 유근(劉瑾)으로 황금 330t, 은 8천50t을 뇌물로 받았다. 이자성이 명나라를 무너뜨리면서 1년 동안 전국에서 거둔 재정 수입이 은 200t인 것을 감안하면 그가 받은 뇌물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부자는 청(淸) 건륭제 때 탐관오리인 화신(和王申). 황제로부터 자살 명령을 받고 죽을 당시 몰수 재산이 청 왕조 1년 예산의 20배에 달했다고 한다. 화신이란 한 사람의 부패로 대제국에 쇠락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이다.

장제스(蔣介石)의 국부군이 패한 원인을 연구해 '장제스는 왜 패하였는가'란 책을 펴낸 로버트 이스트만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는 부패에서 그 답을 찾았다. 국부군은 공식적으로는 매일 쌀 672g과 매월 돼지고기 0.45㎏을 지급받도록 되어 있었으나 지휘 계통 부패로 병사들은 몇 달이 가도록 쌀밥을 구경조차 못했다. 굶주린 병사들은 마을에 들어가면 약탈을 일삼았고 농민들은 국부군 병사를 보면 전염병을 보듯 도망쳤다. 민심이 국부군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부패 관리를 공개 처형하는 강수(强手)를 중국이 고집하는 것도 부패로 나라마저 망한 교훈에서다.

공무원, 군인, 교수를 비롯한 700여 명이 수년간 나랏돈 1천억 원을 빼돌려 자기 주머니를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서류를 조작해 장애수당을 과다 신청하는 방법으로 26억여 원을 횡령한 공무원, 군량미 3천500여 가마를 빼돌린 군인, 정부 출연금을 타내 유용한 대학교수와 기업인도 있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국기문란범으로 다스려야 할 사람들이다.

맹자(孟子)는 "한나라는 남이 멸망하기 전에 이미 스스로 멸망할 만한 일을 한다"(國必自伐而後人伐之)고 했다. 맹자가 말한 스스로 멸망할 일 중 대표적인 것이 부패다. 출마자 쪽으로부터 접대나 금품을 받으면 제공받은 액수의 50배를 과태료로 물리는 공직선거법에 준하는 처벌을 부패 사범에도 적용하는 것과 같은 반부패 대책이 필요하다. 부패를 뿌리 뽑지 않고선 선진국 진입은커녕 나라가 현상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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