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외톨이 소년 "당당하고 싶어요"…이대원군

이·턱 돌출…엄마 몰래 혼자 속앓이 "수술 한번 해봤으면…"

이와 턱의 돌출이 심해 입술이 제대로 다물어지지 않고 발음마저 불명확해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온 대원이(중3)는
이와 턱의 돌출이 심해 입술이 제대로 다물어지지 않고 발음마저 불명확해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온 대원이(중3)는 "치료를 받아 당당해지고 싶다"며 하소연했다. 김태형기자 thkim@msnet.co.kr

"친구들한테 놀림받지 않고 당당하게 학교생활 해보고 싶어요."

이대원(가명·15)군은 학교에서 늘 외톨이다. "친구라고는 없다"고 했다. 대원이는 "초등학교 6학년 이후로는 친구다운 친구가 없었다"며 "이제는 차라리 친구가 없는 생활이 익숙해져 편하다"고 했다. 가지고 다니던 휴대전화도 없애버렸다. 엄마 황영숙(40)씨는 "요금을 감당하기도 힘들었지만 대원이가 전화올 사람이 없다면서 늘 휴대전화를 집에 놓고 다녀 없앴다"고 했다.

대원이가 외톨이가 된 것은 이와 턱의 돌출이 심해지면서부터다. 이가 튀어나와 입술이 제대로 다물어지지 않았고, 그 영향으로 발음도 줄줄 새기 시작한 것. 대원이와의 대화는 집중해서 듣고, 몇 번을 확인해야 할 정도로 발음이 불분명했다. 발음이 제대로 되질 않다보니 아예 대화를 않게 됐고, 친구들의 놀림감이 됐다.

음식물은 아예 제대로 씹을 수도 없다. 부정교합으로 윗니와 아랫니가 맞지 않으니 앞니로 끊어 먹어야 하는 면류는 아예 먹지를 못한다. 황씨는 "어릴 때부터 치과 의사가 주의를 주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심해질 줄은 몰랐다"고 했다.

엄마는 대원이 치아와 턱 구조에 문제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어려운 형편에 치료할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아버지는 7년 전 사업이 부도나면서 신용불량자 신세로 노동일을 전전하고 있고, 황씨가 간병사로 일해 번 80만원 남짓한 수입으로 네 식구가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황씨는 "그나마도 지인들의 소개로 간병일을 하다 보니 언제 일이 끊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라며 "이달에는 40만원 밖에 수입이 되질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착한 심성의 대원이는 부모님 앞에서 내색을 한 적이 없다. 발음이 제대로 되지 않아 거의 꿀먹은 벙어리마냥 친구들의 대화에 끼질 못하고, 이 때문에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면서도 힘들게 가계를 꾸려가는 엄마가 미안해할까 먼저 걱정했던 아이다.

대원이가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올봄. 학교 측의 도움으로 대구대에서 심리검사를 하게 됐는데 그때 대원이는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 친구들의 괴롭힘을 참기 힘들다. 수술을 받아서라도 제대로 말을 하고 싶다"고 털어놨었다. 엄마는 "대원이가 치아 문제 때문에 그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현재 대원이는 경북대병원에서 치과교정 상담을 진행 중이다. 의사는 "교정을 통해 먼저 치아를 맞춘 뒤 그래도 입이 제대로 다물어지지 않는다면 턱관절 수술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단 교정에만 드는 비용이 700여만원가량, 턱수술에는 얼마의 비용이 더 들지 가늠하기 힘들다. 엄마는 "당장 생계도 잇기 힘든 형편에 교정비용과 수술비용을 감당하기가 힘이 들지만 벌써 대원이 나이가 중3이다보니 더 늦어지면 영영 치료할 기회조차 잃어버릴까봐 겁이 난다"고 했다.

돌출된 이와 턱 때문에 심한 마음 고생을 겪어왔던 대원이는 그 속에서 한층 영글어 있었다. 친구들의 괴롭힘에 왜 같이 싸우지 않냐고 물었더니 "남을 배려하지 않고 생각없이 행동하는 아이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기 싫었다"며 "아무리 괴롭혀도 참는 편이 낫다"고 입을 깨물었다.

대원이는 "더 이상 숨어지내지 않고 많은 친구들과도 함께 어울리고 싶고, 남들 앞에도 당당하게 나서고 싶다"며 "아무리 치료가 힘들어도 잘 견뎌낼 수 있으니 치료를 받을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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