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알렉산더 바다출판사
어른들은 종종 "나이 들면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지으며 살련다"고 말한다. 어렸을 때 그 말을 들으면 나는 늘 궁금했다. 시골이 뭐가 좋아서? 그런데 이제 나도 시골에서 사는 꿈을 꾼다. 윌리엄 알렉산더의 『나를 미치게 하는 정원이지만 괜찮아』라는 책을 처음 봤을 때, 강렬하게 마음이 끌린 것도 아마 이런 맥락에서였을 것이다. 게다가 제목만큼이나 내용도 순식간에 사람을 몰입시키는 힘이 있다.
이 책은 도시근교의 주택에서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며 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가진 한 남자가 흙에서 벌이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범한 회사원이자 두 아이를 둔 가장인 윌리엄 알렉산더의 꿈은 단순했다. 집에 딸린 마당에 채소밭과 작은 과수원을 만드는 것. 그는 우선 뉴욕 허드슨 밸리에 지은 지 90년이 된 벽돌집을 경매로 구입한다. 집을 구입하자마자 그는 오랫동안 방치된 언덕 위 폐가의 주인으로 마을에 널리 알려진다. 마을사람들은 그를 만나면 묻는다. "그 집 수리는 잘 돼가오?"라고. 한때는 으리으리했을 그 집은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난감한 상태였고, 거기서부터 전원생활의 혹독한 신고식이 시작된다.
집을 고친 다음, 저자는 정원 가꾸기에 골몰한다. 200㎡ 남짓한 크기의 땅에 스물두 개의 채소밭과 과수원을 일군다. 하지만 어느 것 한 가지도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법이 없다. 툭하면 작업 일정을 미루는 조경사는 무책임한 데다 말썽을 일으키고, 뽑아도 뽑아도 끝이 없는 잡초는 밭의 최강자다. 동네에서 병원을 열고 있는 그의 아내는 대형병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피곤한 개업의로, 자신의 조그마한 꽃밭 가꾸기에도 벅찬 형편이다. 그의 두 아이들은 아빠가 정원 일을 도와달라고 할 때면 갑자기 바쁘다며 허둥댄다.
이래저래 힘들여 밭을 가꾸었지만, 이제는 밭의 수확물을 노리는 야생동물들과의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1만 볼트가 넘는 전기 울타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 익은 토마토를 먹기 위해 밭을 헤집고 다니는 우드척과, 잔디 위에 똥오줌을 잔뜩 싸 놓아 병균을 옮기는 사슴 무리, 탐스러운 사과를 1분 만에 하나씩 따가는 다람쥐들과 끝없이 씨름을 한다.
수확을 끝낸 후에는 엄청난 양의 채소와 과일을 처리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과일들은 오래 두고 먹을 수 있게 통조림이나 잼을 만든다. 후덥지근한 밤, 피곤한 몸을 가누며 복숭아 통조림을 만들고, 사과잼을 만든다. 그러다 지쳐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따가라며 밭을 개방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저자는 토마토 한 개를 키우는 데 얼마의 비용이 들까라는 의문에 재미삼아 원가 계산을 해보았다. 결과는 64달러. 토마토 한 상자도 아니고 토마토 한 개를 기르는 데 자그마치 64달러가 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허탈해하지만, 그래도 결국 행복하다며 웃는다. 반면 쌓여가는 고된 노동과 중년의 끝자락으로 미끄러지는 체력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자연과 인생의 함수관계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그는 밭이 자신에게 영원한 희망을 주는 '정원 건망증'이라는 마법을 걸었기 때문에 갖은 시련 속에서도 포기와 좌절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흙에 미쳐 흙에서 살았지만, 자연은 적응하는 것이지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는 진리를 깨닫는다.
주말농장에서 가꾼 채소라며, 상추나 케일, 토마토 같은 것을 가져다주는 분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도 조그만 밭을 일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바쁜 일상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지만, 마당이 있는 작은 집에서 정원을 가꾸며 살 수 있다면 하고 꿈꾸기도 한다. 결국 그것이 사람의 본성이기 때문이리라. 흙에서 멀어지면 흙이 그리운, 자연 속으로 돌아가고 싶은.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이낙연 "'줄탄핵·줄기각' 이재명 책임…민주당 사과없이 뭉개는 것 문화돼"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