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유무상생'(有無相生)이란 4자성어를 접했다. 뜻이 궁금해 찾아보니,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 '있다는 것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에만 그 가치가 드러나는 것'이라는 깊은 뜻이 있었다.
'천하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데서 추함이란 관념이 나오고, 선(善)을 좋다고 하는 데서 악(惡)의 관념이 생긴다. 있고 없는 것은 서로 상대하기 때문에 생기고(有無相生), 어렵고 쉬운 것은 서로를 보완해 주며, 길고 짧은 것은 서로를 분명하게 드러나게 해주고, 높음과 낮음은 서로 의논하며, 음과 소리는 서로 조화를 이루고, 앞과 뒤는 서로를 따른다. 그러므로 성인은 무위(無爲)의 태도로써 세상일을 처리하고 무언의 가르침을 행하는 것이다.'
새마을운동이 대한민국에서 39년 동안 계속돼 왔고 많은 성과가 있었음에도 국내엔 그 진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 일부 있다. 하지만 새마을운동이 없는 나라에선 그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고 직접 와서 배우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이 그들의 말을 표기하는 문자로 한글을 채택하고, 초등학교에서 한글로 표기된 교과서로 찌아찌아어 교육을 시작했다는 뉴스는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시아'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우리의 새마을운동을 보급하면서 보람과 더불어 힘든 일들을 많이 겪었기에 한글 보급의 이상을 품고 현지를 방문하여 의견을 듣고, 적절한 언어와 장소를 찾아 성과를 일궈낸 훈민정음학회의 열정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 독창적이고 과학적이며 모든 소리까지 적을 수 있는 우리 한글이 우리의 민족어로 표기하던 한계를 벗어나서 글자가 없는 다른 민족의 언어를 표기하기에 이르렀으니 이는 새마을운동의 세계 나눔과 비슷하다.
한글은 소리글자이면서도 낱글자를 모아서 사각형 속에 담은 것이나 형태소 표기를 하여 뜻글자처럼 가능할 수 있게 된 것 등이 어떤 다른 글자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난을 물리친 근면'자조'협동의 새마을운동도 가장 한국적인 것이며 우리나라의 또 다른 브랜드임에는 틀림없다. 분야는 다르지만 한글 학자들과 새마을지도자들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한글과 새마을운동의 우수성을 다른 나라에 적용하려고 꾸준한 시도를 해왔으며, 그간의 노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인도네시아 지방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하고, 교과서까지 만들어 학교에서 정식 수업으로 가르칠 만큼 한글 전파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새마을운동을 세계에 보급할 때처럼 상대국의 언어와 문화 그리고 종교를 존중하면서 접근해야 더 많은 성과를 거둘 것이다. 한글과 새마을운동의 보급을 우리 국력이 세계로 뻗어나간다는 식의 국수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보다는, 지구촌의 이웃에게 한글과 새마을운동을 나누어줌으로써 상생한다는 점을 중요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유무상생의 참의미를 되새겨 문자를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과 가난을 물리쳐 백성들을 잘 살게 새마을운동을 시작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신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한글과 새마을운동의 나눔 운동은 함께 나아갈 필요가 있다. 또한 한글을 사용하는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 마을도 잘살 수 있도록 우리 새마을운동이 협력사업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우리는 돈도, 자원도, 기술도 없던 나라에서 새마을정신으로 세계가 놀란 기적을 이뤄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등 국가발전을 이루려는 많은 나라에 새마을운동을 보급하면 좋겠다. 시대와 나라는 달라도 국가를 부강하게 하고 서로 돕고 사랑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는 다른 나라에서도 가장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근면'자조'협동의 새마을정신에 3C(변화'도전'창조)를 보완해 국내에서 '뉴 새마을운동'(NEW SMU)을 활기차게 펼치고 그 내용도 함께 보급해야 할 때다.
진영환 삼익THK㈜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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