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 큰 슈퍼 닭 개발' '가축 분뇨로 가정용 전기 생산' '옥수수 2기작 성공' '농업 개도국 종합지원 프로그램과 글로벌 인재 양성'….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에서 자리를 옮긴 지 9개월 만에 이룬 김재수(52) 농촌진흥청장의 실적은 나쁘지 않다. 성격상 가만히 앉아있질 못하는 전형적인 실무형이자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스타일이다. 농식품부는 물론 관련 부처의 호평이 이어져도 그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농진청의 진짜 이름을 알고 계십니까? '농촌 진흥을 위한 청량제' 역할을 하는 게 농진청입니다. 하지만 현재 농촌을 냉정하게 살펴보면 어렵고 힘든 게 사실입니다. 청량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반성하면서 더욱 노력하려고 합니다."
김 청장은 농민의 아들이다. 오지인 경북 영양에서 농사일을 하면서 '부자 농촌'을 꿈꿔왔다. 버스도 자가용도 없던 시절, 왕복 10리 등하굣길에서 '반드시 농촌의 후배들은 잘 사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했단다.
그 일환으로 최근 그가 고안해 낸 농진청 역점사업이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이하 푸른희망운동)이다. 복지농촌을 만들기 위한 농업인 스스로의 녹색의식 실천 운동이다. '안전한 농산물'은 친환경농산물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는 것에 기인했고, '깨끗한 농촌 만들기'는 휴양·녹색체험 공간으로서 농촌상의 변화를 꾀하기 위함이다. 농진청은 이를 위해 농업경영·마케팅 기술을 지원하고 레저·관광산업과 연계하는 지역을 지원한다.
"이번 운동이 성공하면 신뢰받는 농업, 찾아오는 농촌이 될 것입니다. 농촌 지역의 경쟁력을 총체적으로 높여 곧 그 무한한 가치와 공익성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일어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푸른희망운동은 김 청장이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경북은 새마을운동 발상지로 농촌 발전의 선구자 역할을 했고, 새마을 운동은 농촌 빈곤을 퇴치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세웠다는 게 김 청장의 설명이다. 그래서 푸른희망운동을 '제2의 새마을운동' 또는 '녹색 새마을운동'으로 승화시켜 자립형 복지 농촌을 실현할 계획이다.
김 청장이 추진하는 또 다른 농촌 사업은 먹을거리 분야이다. 웰빙시대엔 우리나라 전통음식만한 것이 없고 이를 산업화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신념은 20여년째 이어지고 있다. 권양숙, 김윤옥 등 전·현직 영부인들에게 한국 전통음식의 중요성을 보고하고, 전통음식 외교를 적극 추천한 인물도 김 청장이다.
최근엔 인류 역사상 빠질 수 없는 음식인 '술'에 빠져 있다. 각 지역의 전통주의 진가가 알려지지 않은 탓에 서양 위스키와 맥주가 대신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보다 못한 김 청장은 최근 복잡한 전통주 제조과정을 단순화시켜 일반 가정에서도 손쉽게 전통주를 빚을 수 있는 다목적 발효기와 간편 양조세트를 개발했다. 세트를 이용하면 막걸리는 4일, 소주는 5일, 약주는 6일이면 완성된다. 김 청장은 "이제는 평범한 주부도 전통주 명인이 될 수 있다"며 뿌듯해 했다.
그는 고향에 부탁할 말이 있다고 했다. "경북은 과거 새마을 운동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를 만든 지역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새마을운동과 같은 경북의 '제2 농촌 정신문화살리기 운동'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농진청과 함께 푸른희망운동을 성공시켜 새로운 농촌을 만드는 데 앞장서 주십시오."
김 청장은 "언제나 귀를 열고 대구경북 시도민의 요구와 제안을 수용하겠다"며 지역 방문 계획을 확대할 것을 약속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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