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에서 묵주기도는 묵주를 가지고 성모 마리아에게 바치는 기도이다.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의 행적을 말과 침묵으로 묵상하는 기도로서, 가톨릭 신자의 신심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묵주기도의 내용은 예수와 성모의 행적을 20컷 그림과 20단의 글로 축약해 담은 것.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등도 묵주기도 그림의 일부이다.
한국화가 박대성의 아내이기도 한 서양화가 정미연은 '성모님의 뜻에 나를 바치는 묵주의 구일기도'를 9월말 펴냈다. 200년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본격적인 우리 식의 창작 묵주기도 그림이 담긴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가 신달자의 기도문을 곁들여, 비록 기도서적이지만 종교를 넘어서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작업들로 채워져 있다. 작가 정미연은 묵주기도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가톨릭 역사가 200년이 넘었는데 우리 성모와 예수의 그림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로코코 시대 그림이나 엘 그레코의 그림들이 수록된 책으로 기도해 왔습니다. 미술인으로서 아쉬움과 함께 우리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의무감을 느꼈습니다. 아울러 돌아가신 친정 어머니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오랜 세월 관절염을 앓으신 어머니는 30년간 집안에서만 생활했는데, 기억나는 어머니의 모습은 앉은 채로 묵주기도를 드리는 모습이었습니다. 돌아가신 뒤 유품을 정리하다가 읽고 또 읽어서 낱장으로 떨어지는 묵주기도 책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뭉클하고 가슴도 아팠습니다. 기도가 녹아있는 묵주기도 작업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은 정미연의 묵주그림에 대해 '형(形)과 색(色)으로 드리는 기도'라며 "김기창 화백이 '예수 생애' 연작을 그린 지 반세기가 지나 이처럼 개성적이고 한국적인 성화(聖畵) 연작을 다시 보게 된 것은 미술계와 가톨릭계의 기쁨"이라고 평했다. 정미연의 개인전 '형과 색으로 드리는 기도'는 서울 평화화랑(6~13일)과 부산 대청화랑(부산 가톨릭센터/26~11월1일)에서 열린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