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셜벤처 경연 '여고생 돌풍'

대구 구남여정보고 창업동아리 '구쿨' 고교팀 유일 전국 결선

구남여자정보고 창업동아리
구남여자정보고 창업동아리 '구쿨'이 5일 '2009 소셜벤처 전국 경연대회' 결선을 앞두고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헌 교복을 기증받아 수선해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한다. 학창 시절 졸업을 불과 몇 달 앞두고 교복을 분실하거나 훼손해 새로 사는 난감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라면 귀가 솔깃할 만한 사업 내용이다. 매우 단순해 보이면서도 아이디어가 빛나는 이 사업 안이 창업 전문가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전국적인 관심의 주인공은 구남여자정보고 창업 동아리인 '구쿨'. 이 학교 3학년 김하나·전희정·윤서빈(18), 한유정(17)양이 노동부 주최 '2009 소셜벤처 전국 경연대회'에 교복 전문 대여 사업안을 제출, 고교팀으로 유일하게 대회 결선에 진출했다. '구쿨'은 오는 11월 3일 서울 결선에서 창업 부문 20개 팀과 겨뤄 우승하면 3천만원의 창업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이 창업한 교복 전문 대여업체 '포 해피 렌트'(for happy rent)는 김하나 양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김양은 "얼마 전 치마를 잃어버려 6만원을 주고 새로 샀다"며 "1년도 입지 않을 건데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전교생 1천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45%가 '교복이 작거나 분실, 훼손 등으로 불편함을 느꼈다'고 답했다. '교복 여유분을 대여받고 싶다'는 대답도 46%나 나왔다. 시장성이 충분했다. 곽우은(31) 지도교사는 "충분히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였다. 다른 창업대회에선 큰 주목을 못 받았는데, 사장시키기엔 아깝다 싶어 이를 갈고 다듬었다"고 했다.

본격적인 대회 준비를 거쳐 7월 1차 본선과 9월 2차 본선을 통과하는 동안 시간은 정신없이 흘렀다. 이 기간 팀원들이 쏟아부은 열정은 남달랐다. 밤 늦게까지 자료 준비를 하고 기획서 작성, 발표 연습을 했다. 선생님의 지적에 기획 방향을 전면 수정하기도 했다. 친구들이 '난 참여 안 해', '그 사업 안 될 거야'라며 기를 죽일 땐 섭섭했다. 한유정양은 "아침부터 오후 11시까지 연습했다"며 "너무 힘들어 눈물을 흘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고 했다.

대회에 지원할 때만 해도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다"는 사업 안은 이제 결선만 남겨두고 있다.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며 팀원들의 욕심도 커졌다. 이들은 "목표는 우승"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너무 이익만 바라보고 사업을 꾸리면 안 된다"며 사회적 기업의 기본 자세도 잊지 않았다. "자기 아이템을 스스로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대구를 넘어 전국으로 교복 대여 사업을 확장하고 싶어요."'구쿨'은 '파이팅'을 외치며 의지를 다잡았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소셜벤처(Social Venture) 전국 경연대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학생·일반인을 대상으로 혁신적인 사회적 기업모델을 발굴·육성하고, 소셜벤처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위해 노동부에서 주최하는 경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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