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미회담 결과 보고 다자회담 할 용의 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원자바오 총리와의 회담에서 다자회담에 참여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6일 "북미 회담결과를 보고 다자회담을 진행할 용의가 있다"고 한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했다. 다자회담에는 6자회담이 포함돼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또 북미 대화를 통해 양국 간 적대관계를 평화관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으로 이에 대한 북한의 노력은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달 중국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밝힌 '양자 및 다자회담 참여 의향'을 재확인한 김 위원장의 발언은 대화에 나서겠다는 점에서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대북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다자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점을 볼 때 다분히 미국에 대한 압박의 의미로도 보인다. 향후 협상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 내지 못할 경우 대화 결렬의 책임은 미국에 있다는 협상용 발언으로도 비친다.

현재까지 한미 양국 정부는 대북관계에 있어 북이 구체적이고 진전된 조치를 취할 때까지는 양보가 없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도발과 협상, 파기와 도발을 거듭해 온 북한의 전략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 위원장이 협상의 키를 자신들이 지니고 있다고 여긴다면 이는 오산이다. 양자회담이건 다자회담이건 회담의 성과는 북한의 성의있는 조치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의지가 전제돼야 한다.

북의 대화 용의와 무관하게 남북관계를 비롯한 대북 협상은 확고한 원칙 아래 진행돼야 한다. 북한과의 관계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임시방편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양자회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며 이른바 통미봉남의 전략을 쓴다면 이 또한 경계할 일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한 북한과의 회담에 남한을 배제하고서는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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