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신성적, 대학 학점에도 결정적…상관관계 조사

지난해 말 한국교육개발원에서 흥미로운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대입 전형요소와 대학수학능력의 관계'(연구책임자 김미숙). 이 연구는 고교 입학성적이 대학에서의 학업성취와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분석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연구는 4개 국립대와 3개 사립대에 재학중인 2~4학년생 95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분석 결과 대학 성적(평균 평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요소는 내신성적이었다. 전공 만족도나 진로 만족도 등의 요소보다 영향력이 훨씬 컸다.

2학년생의 경우 대학 성적에 영향을 준 요인은 내신 성적, 성별, 부모 학력, 고교 유형, 교과 과목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3학년생 역시 내신성적과 전공선택 요소가 성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수시모집으로 입학한 학생과 정시모집으로 입학한 학생들 사이의 학업 성취 차이는 발견하기 힘들었다. 수시로 입학한 학생의 경우 내신과 논술 등 일부 요소만 평가를 받기 때문에 내신과 수능, 면접과 논술 등을 전체적으로 인정받은 정시 입학생에 비해 학력이 떨어질 거라는 추측이 많았지만 사실은 달랐다. 농어촌 특별전형이나 실업계고 특별전형 등 일부 학생을 제외하면 입학 후 학업에 대한 열의가 성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대입 주요 전형요소 가운데 내신과 수능 성적 외에 논술과 면접 성적을 분석한 결과 대학 성적과는 큰 관련성을 찾기 힘든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의 면접과 논술고사 대비가 학원 강사들이 분석한 패턴을 일방적으로 따르는 데다 채점 시간 부족으로 답안지를 제대로 검토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어서 전형요소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입 전형요소 외에 대학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부모 학력이 높을수록, 전공만족도가 높을수록 대학 성적이 높았고, 일반고에 비해 특목고의 대학 성적이 높으며,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의 성적이 높았다.

연구자들은 대학의 학업 성취를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전형요소를 내신성적이라고 결론지었다. 따라서 대입 전형에서 내신을 더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역·고교 간 학력 격차 때문에 대학들이 내신 비중을 낮추는 점을 고려해 내신 활용도를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선 과학적인 학교 평가 체계를 수립해 학교 간 격차를 좁히는 것이 시급한 일로 꼽혔다. 학생들의 입학 성적이나 가정 배경, 학교의 교육 여건 등을 무시한 채 최종 진학률이나 학업성취도만 갖고 개별 학교를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 정부 차원에서 전국 학교의 교육 조건과 교육과정, 그리고 학력을 점검해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국가 수준의 학업 성취 기준 설정도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그 기준을 토대로 학생을 객관적으로 평가함으로써 학생부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교과별 절대 기준에 의해 평가하면 신뢰도 높은 내신평가제를 수립, 학교 간 격차를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고교 3년 내내 전 과목에 걸쳐 내신에 대한 부담을 주면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으므로 내신 반영을 전공 적합도가 높은 일부 과목으로 축소하는 걸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과활동과 프로젝트 활동 등 교육과정을 다양화하고 이를 지도, 평가할 수 있는 교사의 전문성을 기르는 일도 중요하게 꼽혔다.

김재경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