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삼]뿌리 거칠고 나이테 있어야 '진짜'

"며칠 전 꿈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흰 도포를 입고 나타나 명주실 꾸러미를 하나 손에 쥐어줬다. 이상하다 싶어 그 실을 따라 갔더니 낭떠러지 끝에 옥동자가 서 있었다. 그 꿈을 꾸고 어제 버섯을 따러 산에 올랐다가 꿈에서 본 자리와 비슷한 곳에서 백년 묵은 동삼 세 뿌리를 캤다."

한 번은 들었음직한 산삼 캔 사람들의 후일담이다. 영기(靈氣)를 받아야 볼 수 있다는 '심'. 보통 사람들은 영물인 '심'을 만나기도 어렵지만 그 실체를 알기도 쉽지 않다. 이 영물에 대해 떠도는 속설과 실체를 찾아 산삼의 세계로 탐험해 보자.

▶천종삼, 지종삼, 장뇌삼 등으로 나눈다

심마니 세계에서는 천종삼, 지종삼 등으로 나누는 경우가 있다. 심마니들은 사람 모양, 즉'天'자 형태이면서 색깔이 좋고 명주실꾸리처럼 생긴 것을 천종삼으로, 그 외의 삼을 지종삼으로 구분한다. 천종삼은 지종삼에 비해 한 등급 더 쳐주는 것이 관례. 그러나 한약 전문가들은 그렇게 나누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한다. 또 산삼을 물에 담갔을 때 뜨는 것이 있고 가라앉는 것이 있어 그것으로 품평하기도 하는데, 그것 역시 토질과 지력(地力)에 따라 나는 차이일 뿐이라고 본다. 차라리 삼은 산삼과 장뇌삼, 장뇌삼은 국내산과 중국산으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산삼과 장뇌삼은 어떻게 다른가

육안으로 봐도 어렵지 않게 분별할 수 있다. 우선 장뇌삼은 뿌리가 매끈한데 비해 산삼은 거칠고 제멋대로이며 야생성이 느껴진다. 그리고 산삼은 나이테가 있는데 장뇌삼은 보통 나이테가 없다. 향에 있어서도 확연히 구분된다. 산삼은 향이 강한데 비해 장뇌삼은 향이 거의 없다.

▶과연 산삼을 먹으면 효과 볼까

전문가들은 분명히 '효과를 본다'고 한다. 특히 허약체질에는 빠른 약효를 볼 수 있고, 보통 사람의 경우도 산삼을 먹었을 때 신체부위의 좋지 않은 곳에서 반응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어깨가 심하게 아플 경우 산삼을 먹으면 순간적으로 어깨 쪽에 통증이 온다든가 하는 명현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산삼과 장뇌삼의 약효 차이는?

물론 비교할 수가 없다. 우선 장뇌삼은 햇수가 오래된 것이 드물다. 그리고 자연조건에서 비바람 맞으며 끝끝내 생존한 산삼과 사람이 손으로 씨앗을 뿌려 기른 장뇌삼은 당연히 약효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나이는 어떻게 측정할까?

전문가들은 물론 나이테를 보고 분간한다. 산삼 나이테는 나무와 같이 뇌두를 중심으로 나있는데 그것을 보고 측정한다. 그러나 정확한 연대 측정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나이를 두고 시비가 붙는 경우도 종종 있다. 50년 되었다는 산삼을 사서 다른 곳에 가서 물어보니 20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감정한다. 그래서 산삼을 산 사람은 환불을 요구하고, 판매한 측과 감정한 측은 감정싸움을 벌인다. 결국 법정시비로까지 번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정작 법정에서도 50년인지 20년인지 가려낼 뾰족한 수는 없다.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나?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달리니 부르는 게 값일 수밖에. 또 정찰가를 붙일 수 있는 물건도 아니다보니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이 흥정해서 합의하는 점이 값이다. 아주 드문 예지만 몇 년 전에는 대구에서 500만원 호가에도 못 팔았던 산삼을 서울 가서 몇 갑절에 판 사례도 있다. 이렇듯 산삼 거래에 있어 거래 금액이 드러나는 경우가 드문 것은 그 거래대금이 불로소득으로 세금부과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주먹구구식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통상적인 거래가가 있다. 삼의 등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 20년 정도 된 것이면 200만원 정도에 거래된다고 보면 된다.

▶산삼 품평은?

뇌두 길이가 길수록 상품(上品)으로 친다. 그러나 꼭 뇌두만 가지고 따질 수 없는 것이, 산삼은 자란 지역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강원도 지역에서 캔 산삼은 비교적 뇌두와 뿌리가 길며, 경북 북부 문경이나예천 등지에서 캔 것은 뇌두가 굵은 편이다. 대체로 남부지방으로 내려갈수록 뇌두가 가는 편이다. 어떤 사람은 뿌리에 박테리아가 많이 붙어 있으면 좋다고 하는데 그것은 그만큼 척박한 곳에서 자랐다는 흔적이다. 물론 나이테가 많을수록 상품으로 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품질감정서 공신력이 있는가

심마니들이 산삼을 캐면 보통 산삼거래소나 한약재상, 또는 한의원 등에 위탁 판매를 한다. 이때 위탁 받은 한의원 등은 산삼을 품평해서 감정서를 내놓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산삼 관련 법인들이 더러 있는데 그 법인에서 자체 감정서를 발급하는 경우도 있다. 산삼에 대해 대학 등에서 연구를 하고 있지만 아직 감정을 해주는 국가기관은 없다.

▶산삼 다루는 법?

산삼은 사람의 체온에도 쉽게 반응한다. 산삼 뿌리를 직접 손으로 만지면 만진 부위가 금세 노랗게 변질되어 버린다. 산삼을 다룰 때는 목장갑을 끼든지 줄기 부분을 잡아야 한다. 보관은 바위 이끼로 뿌리 부분을 싼 후 4℃ 정도로 냉장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동삼은 정말 갓난아기 몸뚱이만 할까?

동삼이 아이 몸피만한 삼이란 것은 속설. 100년 묵은 산삼이라고 해서 몸피가 꼭 굵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동삼은 산삼 중에서도 뇌두가 10㎝ 이상이고 길쭉한 형태를 띤 것을 동삼이라고 한다. 상품의 것을 지칭함에는 틀림없다.

▶요즘 왜 이렇게 흔할까?

한마디로 장뇌삼이 많이 출하되고 있기 때문. 장뇌삼은 삼씨를 채취해 뿌려두면 20% 정도가 발아하는데 10년 정도 지난 것들도 시장에 많이 보인다. 최근에는 배양기술이 발달해서 모본 한 뿌리면 수십만 본의 애기삼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장뇌삼 포트재배로까지 진화됐다. 이런 가운데서도 산삼의 효능에 다가가려는 노력도 눈물겹다. 산삼의 열매, 즉 '딸'은 짐승이나 새들이 매우 좋아하는데 이들이 따먹은 '딸'로 인해 산삼이 널리 퍼진다. 이에 착상, 일부 농가에서는 삼씨를 닭에 먹여 그 배설물을 산삼이 자라기 적당한 곳에 가져다 뿌리는 농법까지 도전하고 있다.

▶자라기 좋은 땅은 어떤 곳일까? 혹시 '심'이라도 보려면?

산삼이 자라는 조건은 사람이 살기 좋은 조건과 거의 비슷하다. 하루의 반나절 정도 햇빛이 들고 적당한 습기가 있으며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고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부엽토가 있는 곳이라야 산삼이 자란다. 대부분 산의 중턱 이상, 계곡 근처에서 주로 뿌리를 내린다. 잡풀이 있는 곳에는 생장할 수가 없다. 물론 오염된 곳에서는 산삼이 잘 자랄 수 없다. 그래서 남부지방은 산삼이 드물고 강원도쪽에서 많이 난다.

▶'부정 탄 사람'은 '심'을 볼 수 없나?

심마니들 세계에서는 삼을 캐러 나설 때 아침에 여자가 길을 막아서면 그 날은 '공치는 날'이란 속설이 전한다. 그래서 산을 나서기 전에는 보통 부부 간 잠자리를 않는 것이 원칙. 산삼을 캐러 갈 때 '부정 타면' 심을 볼 수 없다. 때문에 진짜 심마니들은 평소 생활도 늘 순한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착한 사람의 눈에만 띄는 산삼, 역시 영물은 다르다.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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