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미정의 별의 별이야기] 미국 록 페스티벌 '워프드 투어' 참가 YB

한국 록의 자존심, 미국을 뒤흔들다

YB의 행보는 항상 진취적이다. 그 누가 선뜻 가지 않은 길을 앞장서 걷는다. 음악성을 인정받으면서도 사회 일원으로서 책임을 방기하지 않는다. 남보다 먼저 간 길이 험난할 때도 많지만 꿋꿋하게 제 몫을 하는 게 YB 스타일이다.

YB는 지난 여름을 뜨겁게 보냈다. 한국팀 최초로 미국 유명 록 페스티벌 '워프드 투어'(Warped Tour)에 참가해 한국의 록을 세계에 알린 것이다. YB는 6월 26일부터 8월 23일까지 2개월여 동안 미국과 캐나다 주요 도시에서 진행된 록 페스티벌 '2009 워프트 투어' 가운데 8월 15일부터 23일까지 총 7회 공연에 참여했다. '노다웃'(No Doubt), '림프 비즈킷'(Limp Bizkit),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 등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뮤지션들을 비롯해 총 220개 팀이 참여한 록 축제에서 YB는 한국 뮤지션을 대표해 열정을 내뿜었다.

미국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난 YB의 4명의 멤버 윤도현(보컬) 박태희(베이스) 김진원(드럼) 허준(기타)은 2시간이 넘게 흥미로운 얘기들을 풀어냈다.

▶ 워프드 투어에 참여한 소감을 전해주시죠.

김진원 : 고생도 많이 했지만 고생한 것의 몇 배는 더 좋았습니다. 보통 록 페스티벌이라고 하면 한 도시에서 큰 무대 몇 개를 만들어놓고 공연을 한 후 끝내는데 워프드 투어는 미국 전체에서 하는 공연이죠. 열정을 식지 않도록 유지해 온 해외 밴드들의 느낌이 좋았어요.

박태희 : 어떤 무대가 기다릴까, 어떤 관객이 있을까 하는 설레는 마음이 워프드 투어의 매력이죠. 각 지역마다 무대의 색깔이 달랐어요. 오랜만에 느낀 설렘이라 아주 좋았습니다.

윤도현 : 멤버 모두가 열정을 다 쏟아부었습니다. 공연 20분을 위해 모든 노력을 했죠. 다행히 미국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관심 있게 지켜봐 줬어요.

▶ 보람만큼 고생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허준 : 세크라멘토에 머무를 때 차가 털리는 사고를 당했죠. 도둑이 운전석을 열어서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을 위해 공연 실황을 녹음한 파일이 담긴 컴퓨터와 차량 내비게이션을 가져갔어요. 4번의 공연 음악 소스가 없어졌죠.

▶ 그냥 잃어버리시고 마신 건가요? 중요한 물건일 텐데.

김진원 : 미국의 지인을 통해서 세크라멘토의 부랑아들을 수소문했어요. 그러다 우리 가방의 행방을 안다는 사람을 만났죠. 그 사람을 만나긴 만났는데 오히려 돈만 더 주고 도망쳐 나왔어요. 자꾸 말을 바꾸는 게 불안하더라고요. 찾으려고 하다가 자칫 더 위험한 상황이 될 뻔했습니다. 아까워해서 뭘 해요. 그냥 맥주 한잔 하고 털었죠.

▶ 또 다른 사고는 없었나요.

김진원 : 드럼을 잃어버린 사고도 있었죠. 제가 무대에 두고 온 것이었어요. 악기를 챙겨줄 사람이 따로 없다 보니 제가 정신이 없어 잃어버린 거죠. 세크라멘토 무대에 서려는데 악기가 없는 거예요. 결국 인근 악기 가게에 가서 구입했습니다.

윤도현 : 영준이 형(소속사 다음기획 김영준 대표)은 사장처럼 살아야 하는데 로드 매니저처럼 고생을 했어요. 그런데도 나한테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힘든데도 너무 즐겁다고요.

▶ 컴퓨터도 잃어버리고, 악기도 잃어버렸으니 경제적 출혈도 있었겠네요. 이번 공연이 돈은 좀 되는 공연이었나요.

허준 : 돈을 벌려고 이번 투어에 참여한 건 아닙니다. 한 무대의 출연료가 30만원가량 돼요. 15명의 스태프들이 3~4대의 차량으로 이동을 했으니 엄청난 마이너스죠.

박태희 : 돈은 한국에서 공연을 하며 벌었잖아요. 30만원 이상의 더 많은 것을 벌었으니까 괜찮습니다.

▶ 이번 투어를 통해 해외 여러 뮤지션과 교류할 수 있었겠네요.

윤도현 : 미국 영국 독일 일본 팀 등 다양한 국가의 밴드들과 교류를 할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기쁨이었습니다. 무대에 오른 밴드 중에는 크리스천 밴드인데 하드코어 음악을 하는 팀도 있었어요. '제리스프링거쇼' 배경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도 있었고요. 짧은 영어로 열심히 대화를 했죠. 필요에 의해 영어를 하니까 늘긴 늘더라고요. 미국에 가기 전에 영어 공부를 했는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인터뷰 예상 질문과 답변을 다 준비했는데 그걸 200% 써먹었습니다.

윤도현을 제외한 멤버들 : 도현이는 고생 많이 했어요. 영어 멘트 준비 하느라.

▶ 이번 투어를 통해 팬이 좀 생겼나요?

김진원 : 우리 공연을 보고 나서 우리 텐트에 와서 CD를 사는 팬들이 있었죠. 경쟁력이 없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음악과 퍼포먼스가 좀 더 구체적이면 더 경쟁력이 있을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은 들더라고요. 펑크나 하드록 등 한쪽 음악에만 치우치는 밴드가 많았는데 우리는 다소 느린 템포의 노래와 하드록이 섞여 있었어요. 다양성이 있어서 신선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 텐트에서 CD를 직접 파셨다고요?

김진원 : 텐트에서 CD도 팔고 공연 홍보 피켓도 들고 그랬죠. 한국에선 하기 힘든 일이죠. 정말 신인의 마음으로 다 했습니다.

윤도현 : 상품을 다양하게 준비할 걸 하는 후회가 됐어요. 물건이 꽤 팔렸거든요. 장사를 해 보니까 텐트 위치가 중요하더라고요. 누가 파느냐도 중요하고요.

▶ 첫 번째 미국 투어인데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윤도현 : 이런 대형 투어에 참여하는 게 처음이라 초반에 감을 못 잡았습니다. 모든 게 미흡했죠. 처음에는 우리도 펑크, 메탈 등 강한 음악만 갖고 무대에 섰어요. 그런데 그런 게 다른 팀과 차별화되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한국 밴드 특유의 색깔이 있어야 했어요. 그래서 이후 선곡을 바꿨습니다. '나는 나비' 등 비교적 가벼운 노래도 섞어 완급을 조절했죠. '88만원의 루징 게임'(Losing Game)에는 국악 악기 사운드가 있는데 그게 팬들의 귀를 많이 끌었던 모양이더라고요.

▶ 한국에서의 무대와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윤도현 : 편견 없이 우리 음악을 접하는 팬이 있다는 게 좋았어요. 한국에는 'YB는 이럴 것이다' 하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는데, 미국에서는 하얀 도화지에 새롭게 우리의 모습을 그려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음악을 즐기려는 관객들의 자세는 비슷했어요.

▶ 이번 미국 투어 무대 진출을 계기로 미국 음악 시장에 진출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윤도현 : 장기적으로는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좋은 기회를 하나 얻었거든요. 아직 밝히긴 이르지만 조만간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요. 사장님이 LA 공연까지 모든 공연 잘 끝내고 LA 한인타운 꽃게탕집에서 희소식을 발표하더라고요. 기대해 주세요.

▶ 내년 투어에도 참여하게 될까요.

윤도현 : 당연히 가고 싶죠.

박태희 : 도현이가 꿈이 참 큰데, 함께 있다 보면 하나하나 이뤄지더라고요.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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