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즐거운 책 읽기]위험한 경제학(선대인/더난출판)

'투기조장' 그들의 선동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한국 경제의 회복을 알리는 온갖 소식들이 뉴스 화면과 신문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2009년 초만 해도 위기감에 휩싸였던 한국 경제가 세계경제 위기에서 가장 먼저 탈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라 밖에서부터 나온다니, 사실이라면 이보다 더 반가울 수 없다. 하지만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실물경기 회복이 일시적인 부양책에서 나온 단기 현상이며, 현재와 같은 경제정책이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방해하고,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냉철한 분석을 하는 이들도 있다.

신문기자로 7년여 일했고, 서울시 정책자문관을 지냈으며, 현재는 김광수 경제연구소 부소장으로 있는 선대인도 그런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 이들 중의 한명이다. 인터넷에서 경제논객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현재 빠른 속도로 회복 중이라는 한국경제에 대해 부동산 부문에 대한 분석을 중심으로 그 허구성을 조목조목 짚고 있다.

먼저 정부의 강남 재건축 규제완화 방침,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 감면, 잠실 롯데 초고층 빌딩 건축 허용, 서울시의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허용 등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정부의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가 겨우 이 정도에 머물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고 본다. 저자는 현재 부동산 시장의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가계 소득 대비 집값이 여전히 너무 높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금은 정부의 개입으로 부동산 대폭락이 일시 중지되고, 일부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이것이 집값 폭락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미분양 물량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고, 정부 재정을 통한 건설 경기 부양이 한계에 이른 가운데, 경기가 기대만큼 조기에 회복되지 않을 경우 다시 집값 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설사 미국, 일본과 같은 집값 폭락 양상이 나타나지 않고 1990년대 초반과 비슷한 패턴을 따른다 해도 집값의 장기 침체는 피할 수 없다. 부동산 버블 붕괴를 어느 정도 억지로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막을 수는 없다. 그런데 정부는 각종 부동산 투기 조장책들로 오히려 버블을 더욱 키우려 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버블을 꺼트리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면 칠수록 부동산에 국가 전체의 자원이 묶여 새로운 경제 활로를 찾는 시간이 늦어질 것이다. 게다가 부동산 버블이 안에서 계속 곪아 어느 순간 급격하게 터져버릴 가능성이 높아질 뿐이라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2009년 2월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이 가장 높은 계층에서 소득 및 금융 자산 대비 부채가 큰 폭으로 늘었다. 예를 들어 소득 대비 고부채 가구 중 5분위 계층에 속한 가구의 부채 비중은 2003년 7.4%에서 2007년 14.0%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같은 분석을 통해 그동안 가계들이 자신들의 소득이나 금융 자산 증가 속도를 훨씬 뛰어넘어 무리하게 빚을 내 부동산을 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6년 가격 정점기에 집을 두세 채씩 사 빚에 허덕이다가 이번 반등기에 폭탄을 떠넘기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태에서 만약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집값이 뛰는데도 매도세가 압도적 우위를 나타내는 것은 이 때문이고, 거꾸로 일시 반등기에 집을 사는 것은 결국 부동산 폭탄을 떠안는 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자는 현재 정부의 정책들이 급성 증상들을 가라앉히기는 했지만, 병의 뿌리를 도려내지는 못하고 있다고 본다. 정부가 이미 포화상태인 건설업체의 구조조정을 방해하고, 건설업체들의 미분양 물량을 대거 매입해준 것이나 대규모 토건사업을 일으켜 자금난에 시달리던 건설업체들을 부양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 비판한다. 지금이라도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라는 것이 저자의 논지이다.

또한 저자는 최대 광고주인 건설회사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 신문들이 부동산 관련 선동기사를 끊임없이 써내는 것이 현실일진대, 그 선동에 휘둘리지 않는 현명함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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