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 나, 다, 라, 아, 야, 어, 여…印尼 '한글 삼매경'

찌아찌아족, 올해 8월 공식문자 정식채택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표기할 공식문자로 한글을 채택, 한 초등학교에서 한글 수업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표기할 공식문자로 한글을 채택, 한 초등학교에서 한글 수업을 하고 있다.

한글 사용 찌아찌아족, "배우기 쉽고 표기가 뛰어나요"

한글이 반포된 지 563년, 9일 한글날을 맞아 이제 한글은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현재 세계 64개국 742여개 대학에서 한글을 가르친다. 7개 나라에서는 한글을 제2외국어로 채택했다. 사용 인구로 보면 세계 12위권이다.

올해 8월에는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표기할 공식문자로 한글을 채택했다. 자신들의 언어를 표기하기 위해 한글을 도입한 것은 찌아찌아족이 처음이다.

찌아찌아족은 6만명 정도의 소수 민족으로 인도네시아 부톤섬 바우바우시의 소라올리오 마을에 모여 산다. 그들은 공용어인 인도네시아어와 부족어인 찌아찌아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찌아찌아어를 표기할 문자가 없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실정이었다. 한글 덕분에 찌아찌아족의 문화와 말이 살아나는 셈이다.

찌아찌아족의 한글 도입에는 우리나라 학자들의 많은 연구와 노력이 있었다. 이기남 훈민정음학회 이사장의 지원과 서울대 이호영 교수의 지도 아래 서울대 언어학과 박사과정의 황효성씨와 석사과정 정은혜씨, 찌아찌아 토박이 아비딘씨가 6개월 동안 교과서 편찬작업과 언어조사를 했다.

찌아찌아족은 공용어인 인도네시아어를 널리 쓰고, 아랍어도 일부 사용한다. 그래서 아미룰 따밈 바우바우 시장은 찌아찌아어의 표기를 위해 로마자나 아랍 문자를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여고 출신의 황효성씨는 "찌아찌아어를 정확하게 표기하는 데 한글이 가장 우수하며 배우기 쉽다는 점을 꾸준히 홍보했다. 실제로 한글은 24개의 자음과 모음만으로 인간이 낼 수 있는 거의 모든 소리를 표기할 수 있고 쉽게 배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찌아찌아족은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기록하는 데 한글이 이상적인 문자라고 판단한 것이다"고 밝혔다.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 문자로 선택했지만 모든 사람이 쓰는 것은 아니다. 현재 인도네시아 소라올리오 지역의 까르야바루 초등학교 40여명이 한글 교과서로 한글을 배우고 있다. 또 인근의 제 6고등학교에서 140여명이 한국어를 배운다. 전체 인구 수에 비해 미약한 숫자이지만 언어를 이어갈 아이들이 학교 교육을 통해 체계적으로 한글을 배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바우바우시는 이들 학교에서 한글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학교 수를 늘려갈 예정이다.

연구진의 당면 과제는 찌아찌아족의 한글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리하고, 한글 및 한국어를 교육할 현지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찌아찌아어 교과서 2권과 찌아찌아어 사전을 만드는 작업을 계획 중이다. 찌아찌아족의 한글 채택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으면 다른 나라에서도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하기를 원하는 곳이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연구팀 황효성씨는 "우리나라에서는 찌아찌아족이 자신들의 언어를 포기하고 한국어를 받아들였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한글'을 통해서 해당 언어를 기록하고 보존하도록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찌아찌아족이 한글로 자신들의 언어를 기록하고 전통과 문화를 대대손손 계승하는 것이야말로 한글 나눔의 시작인 동시에 세계적으로는 언어의 다양성을 보존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고 밝혔다.

조두진기자·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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