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해 주는 밥
해질 무렵 어느 집 밥 냄새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오는 건 어머니와 밥은 한 몸이기 때문이다. 최초의 양식인 젖이 당신 몸이었고 그 손으로 해 준 밥을 먹고 컸으니 모천으로 회귀하는 물고기처럼 우리 몸과 마음은 늘 어머니를 향해 있다.
우리 기억 속에 어머니들은 먹을거리를 만드는 모습이 전부였다. 하루 세끼 밥을 위해 종일 부엌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 어머니들이 평생 만드신 그 많은 음식은 결국 밥을 위한 헌신이었다. 요즘은 외식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하고 빵이 주식이 되기도 하고 간단하게 포장된 밥을 마트에서 사 먹을 수도 있지만 왠지 헛헛함이 남는 건 무슨 까닭일까.
밥이 보약이라고 끼니마다 전심전력을 다했던 어머니들, 온전히 당신을 다 내 놓았기 때문에 그 밥은 모유처럼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면역력을 길러 주었다. 생각해 보라. 그 옛날 두레상에 둘러앉아 밥 한 그릇 먹고 나면 어떤 미움도, 걱정도 다 사라지고 행복만이 그득하게 차오르던 때를.
올해도 쌀 농사가 풍년이라고 한다. 들판을 지나가다 잘 익은 벼를 보면 저절로 마음이 풍요로워지곤 했는데 이제는 풍년을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쌀이 남아돌아 돈이 안 된다며 농민들이 땀 흘려 지은 농사를 트랙터로 갈아엎는 걸 보았다. 순식간에 진흙탕이 된 논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눈가가 붉어졌지만 보는 이들도 안타까웠던 순간이었다. 마치 어머니가 애써 차린 밥상을 누군가 둘러 엎은 것처럼 속이 상했다.
아직도 우린 밥 힘으로 산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자식 얼굴만 보면 제일 먼저 묻는 게 '배 안 고프나?' 아닌가. 한 끼라도 제 때 먹이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게 바로 어머니라는 존재이다.
집을 떠나 있다 돌아 온 아이들이 가장 먹고 싶었던 건 '엄마가 해 주는 밥'이라고 했다. 날씨는 점점 더 추워지고 그 만큼 속이 허해지는 계절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햅쌀로 따뜻한 밥을 지어 먹이자. 아이들이 세상 어디를 가도 엄마가 해 준 밥만 생각하면 저절로 배가 부르고 힘이 생길 수 있도록, 최고의 면역력을 길러주는 사랑을 먹이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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