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정감사 무용론 이번에도 되풀이되나

국정감사 무용론이 올 국정감사에서도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부터 열린 국정감사 현장 곳곳에서는 국회와 정부기관 및 여야 간의 정략적인 힘겨루기 모습이 되풀이되면서 일부는 시작도 못한 채 끝나는 등 초반부터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 국감 때마다 불거지는 자료 제출을 둘러싼 국회와 정부기관의 갈등이나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의 쟁점화도 예외가 아니며 감정적인 막말도 쏟아지고 있다.

8일 열린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는 겸직 논란에 휩싸인 정운찬 총리의 증인 채택 문제로 여야 간 설전만 벌이다 감사는 제대로 시작도 못한 채 끝났다. 전날 열린 교육과학기술부 본부 감사도 변변한 질의 하나 없이 파행으로 얼룩졌다. 7일 열린 법사위 국감에서 감사원장은 인사 시 지역 편중이 되지 않도록 유념해 달라는 야당의원의 발언에 '유념 못 하겠다'고 응수했으며 환경노동위에 출석한 환경부 장관은 '정신 차리라'는 야당의원의 지적에 '정신 멀쩡하다'고 맞받아쳤다.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취할 자세나 말이 아니다.

국정감사는 국가 운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입법부가 행정부의 업무 처리가 바르게 진행되는지, 정책 및 예산 사용의 오류는 없는지 등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다. 당연히 당리당략이 개입할 수 없다. 국감장은 또 의원 개개인이 생색을 내는 행사장이 아니다. 정책을 둘러싼 의원과 정부기관의 토론과 설전은 오히려 더 활발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하는 일에는 무조건 반대를 하는 야당이나 대놓고 옹호하는 여당의 자세로는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점검, 대안 제시라는 국정감사의 취지는 기대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정 총리가 국감 전 정부 정책을 근거 없이 폄훼하려는 시도에 대해 적극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 국감이 진행될수록 여야 의원과 정부기관의 힘겨루기 양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감 직후 치러질 재보선도 정치권의 한탕주의식 행태를 재현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정감사는 국회의 특권이자 의무다. 국민들이 국정감사의 권한을 의원들에게 위임한 의미는 결코 정치 투쟁의 장으로 활용하라는 게 아니다. 의원들이 당리당략에만 매달리거나 정부 또한 의원들의 지적을 듣고 흘려버리려고만 한다면 국정감사는 평상시 상임위 활동으로도 충분하다. 국정감사 무용론이 이번 국감에서 재연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 모두가 각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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