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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이토 '100년만의 만남'] 황종렬 복음화연구위원장

"침략자 이토 사살도 독실한 신앙의 연장"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신앙을 빼놓으면 안중근 의사의 생애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신학자 황종렬(52) 미래사목연구소 복음화연구위원장은 "안 의사의 삶은 일관되게 천주교인으로서의 신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며 "이토 사살도 신앙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했다.

"안 의사에게서 이토 사살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 땅에서 이토 사살을 통해 '정의로우신 하느님'의 존재를 확인했다는 데 더 의미가 있습니다."

그는 안 의사 자서전인 '안응칠 역사'와 재판기록, 신문기사를 보면 굉장한 신앙인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안응칠 역사'에서 교회와 하느님에 대해 쓴 장문의 글을 '안중근편 교리서'라고 칭할 만큼 "천주교에 대한 이해가 훌륭하다"고 평했다. 안 의사가 대중들과 연설과 만남을 통해 전교한 '가두 선교의 선구자'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의사가 이토를 저격한 것은 '이웃사랑'과 '상선벌악'(賞善罰惡·착한 자에겐 상을, 악한 자에겐 벌을 준다)이라는 신앙의 가르침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몸을 던져 이웃과 민족을 편안하게 하고, 착한 자는 반드시 상을 받을 것이라는 '건강한 신앙의식'이라는 것이다. 그는 교회사적으로는 안 의사가 마테오 리치→정약용→안중근→지학순 주교로 이어지는 천주교 참여파의 맥을 형성하면서 가장 열정적으로 투신한 인물이라고 규정했다.

한국천주교회가 1990년대 들어 안 의사를 공식 인정했지만 그간 다소 기피해온 듯한 인상을 준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했다. 이제부터라도 안 의사를 단순하게 조명하고 알리는 것보다는 한국 천주교회의 자랑거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회 안팎으로 안 의사의 의거와 신앙의 연관성을 더 많이 홍보하고 알려야 할 때라고 했다.

박병선기자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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