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형제 폐지 위한 사회적 합의 모색할 때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천주교 신자 10만여 명의 서명을 담아 사형제 폐지 입법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도 사형제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우리 사회의 해묵은 과제인 사형제 폐지에 대한 국민적인 공론의 장(場)이 펼쳐지고 구체적 입법 절차가 시작된 것이다.

천주교주교회의는 사형제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생명권 보호라는 헌법적 요청에 부응하지 못하는 구시대적 산물로 규정했다. 사형제를 폐지했거나 10년 이상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되는 나라가 130여 개국에 이를 정도로 사형제 폐지는 시대적 흐름이다. 우리나라도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에 들어 있다. 사형제 폐지를 본격 추진할 때가 됐다는 주장은 분명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사형제 존치 주장의 근거는 흉악범죄 예방 효과와 시기상조론이다. 그러나 사형 선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력범죄가 줄지 않는데다 갈수록 흉포해지는 실정이다. 사형제가 갖는 범죄 억지력이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시기상조론 역시 20년 이상 우리 사회에서 사형제 폐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국제적으로 사형제 폐지가 대세여서 그 논거(論據)가 빈약하다.

살인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는 국가가 사형을 통해 생명을 박탈하는 것은 모순이다. 아무리 훌륭한 사법제도라도 오판의 가능성을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사형제 폐지 당위성을 더한다. 우리나라도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를 넘어 법적 사형 폐지국으로 전환하기 위한 실천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때다. 인간의 생명권은 인간 존엄성과 분리할 수 없는 기본권이란 인식을 바탕으로 사형제 폐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모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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