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니 갑자기 청력이 좋아진 것도 아닌데 소리가 잘 들린다. 퇴근길에 바람이 좀 불어와 옷깃을 여미고 걸으니 가로수가 바람을 잡아두는 소리가 너무 멋있게 들려 한참을 쳐다보았다. 아파트 12층에 사는데 저녁에 조용히 있으니 한가지로 들리던 바람소리도 다양한 합창으로 들리고, 화단에서 우는 귀뚜라미 소리도 어렴풋이 들린다. 어릴 적 귀뚜라미 소리가 너무 신기해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귀뚜라미를 잡으려고 다가가면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아 허탕을 친 기억도 나고, 실제 귀뚜라미를 보고는 생김새가 영 아니라서 실망한 기억도 난다.
진료를 하다가 창밖을 보니 도로 위에 떨어진 낙엽들이 이리저리 뒹굴며 소리를 내는 것 같아 자세히 들어보려는 찰나 "원장님, 환자예~"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내에게 "가을이 되니 소리가 잘 들리는 것 같아" 라며 분위기를 잡으니 놀라면서 "나는 당신이 난청인 줄 알았는데…. 내 소리만 못 알아듣는군요!" 한다.
가끔씩 귀에서 소리가 난다면서 치과에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이 있다. 한번은 할머니 한분이 귀에서 소리가 난다면서 진료를 받으러 왔다. "할머니 어디에서 소리가 나세요?" 하니 "응, 밤새도록 귀에서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고 어떤 때는 벌레도 울어" 하신다. 이명이 있으신 것 같아 이비인후과 진료를 권유하니 현재 이비인후과 진료는 받고 있는데 최근에는 귀에서 '똑딱똑딱'거리는 시계소리가 나서 치과에 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잘못 알아들었으나 곧 턱관절에서 소리가 나서 치료를 하러 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할머니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귀에서 시계소리가 나서 불편해 죽겠다고 하신다. 아마도 이명을 치료하시다가 최근에 턱관절에서도 소리가 나서 치과 치료를 권유받으신 듯했다.
음식물을 먹을 때나 하품 등을 할 경우 턱관절에서 소리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귀 바로 앞에 턱관절이 있어 턱관절 잡음을 귀에서 나는 소리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다. 턱관절에서 나는 소리는 입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괜찮지만 음식물을 먹거나 입을 크게 벌리거나 하면 들린다. 경미한 경우에는 본인만 알 수 있지만 심한 경우에는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들려 함께 식사를 하다가 혹시 턱이 빠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턱관절 잡음은 여러 원인에 의해 턱관절에 있는 물렁뼈가 정상위치에서 벗어나서 나는 소리이고,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만 아프지 않으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어 병원에 잘 오지 않는다.
인생살이에서도 항상 잔잔한 소리가 나지만 잘 듣지 않고 문제가 되고서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잘 들으려 애쓰는 것 같다. 이 가을 갑자기 좋아진 청력으로 낭만적인 소리만 듣지 말고 여러 이웃의 아픈 소리도 잘 들어야겠다.
장성용 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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