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1천억 원대 그림

지난 2007년 그림 한 점이 국내에서 화제가 됐다. 고흐가 그린 템페라(계란으로 안료를 녹인 그림 물감) 작품이 국내에 있다는 것이다. 고흐는 평생 180여 점의 템페라화를 남겼지만 남은 것은 5, 6점 정도라 한다. 그나마 남은 것도 추정치일 뿐 실제로 확인된 것은 없어 고흐 템페라화의 국내 실재(實在) 여부는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 작품은 고흐가 자살하기 한 달 전인 1890년 6월에 그린 '마차와 기차가 있는 풍경'이다. 원래 러시아 푸슈킨 박물관 소장품으로 알려졌으나 1900년대 중반 위작 시비가 일어 복제품인 것이 정설로 굳어졌다. 이후 행방이 밝혀지지 않다가 국내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전문가나 소장가가 아닌 세인(世人)의 통속적 관심은 이 작품의 값이었다. 고흐의 작품은 소품이라도 100억 원대여서 최소한 1천억 원은 훌쩍 넘길 것으로 추정됐다.

사실 그림은 1천억 원대가 넘는 것이 수두룩하다. 현재 알려진 최고가 그림은 잭슨 폴록의 'No. 5, 1948'로 1억4천만 달러(한화 약 1천660억 원)에 거래됐고, 1997년 사망한 추상화가 윌렘 데 쿠닝의 '여인 Ⅲ'는 1억 3천750만 달러(약 1천630억 원)였다. 뒤이어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 블로흐 바우어 I',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 '도라 마르 초상화'가 모두 1천억 원대를 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기록을 훌쩍 뛰어넘을 만한 그림이 나왔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한 애호가가 미술상에게서 2천200만 원에 산 '르네상스 의상 차림의 젊은 여인'이라는 그림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미술상은 1998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이 작품을 샀다. 당시에도 다 빈치의 그림을 모방한 것으로 평가했고, 2007년 이를 내다 팔 때에도 몰랐다.

이 그림을 산 캐나다의 피터 실버맨은 그림을 보는 순간 다 빈치의 이름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래서 추적 연구 끝에 그림 왼쪽 윗부분에 희미하게 찍힌 다 빈치의 지문을 통해 진품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인정받았다. 추정가격은 무려 1억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1천880억 원이다.

예술을 모른다고 비난을 받더라도 이러한 값에 동조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이러한 그림은 세월이 흐를수록 값이 더 오른다고 하니 요지경 같은 세상이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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