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모집과 입학사정관제 확대를 골자로 하는 대입제도 변화, 학교 단위 특성화 프로그램 운영을 앞세운 교육과정 개편 등 교육제도가 격변하고 있으나 대구지역 상당수 고교들은 여전히 수능시험 중심의 구태의연한 수업 운영과 진학지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혼란에 빠진 고교생과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증가는 물론 최근 몇 년간 계속된 대구 수험생들의 입시 결과 하락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시작된 대입 수시모집의 경우 수성구를 비롯해 과거 수능 성적이 높았거나 올해 모의평가 결과가 좋은 고교에서는 진학 지도에 소홀해 학부모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수성구 A고 학부모는 "수시 상담을 하러 학교에 갔더니 교사 추천서까지 직접 써 오라고 해 아들이 다니는 학원 강사에게 부탁했다"며 "수능 때까지 수시 전형도 함께 준비해야 하는데 학교서는 수능만 강조해 수시 대비는 학원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고교는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수능을 치른 뒤 정시모집에 지원하는 게 유리하다며 수시 지원 자체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학부모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수성구 B고 학부모는 "3년 동안 전교 20위를 벗어난 적이 없는데 연·고대는 원서 낼 생각도 말라고 해 결국 한 단계 낮은 대학 두 곳에 원서를 냈다"며 "수능 성적이 잘 나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재수를 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시모집 인원은 해마다 늘어 올해 전체 정원의 60%에 육박하는 데 비해 내신 비중이 높은 전형 비율은 오히려 낮아지는데도 대구 상위권 고교들이 수시에 소홀한 현상은 좀체 바뀌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의 3배가 넘는 2만명 이상을 뽑는 입학사정관 전형의 경우 교육과학기술부가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데도 아직 모집 인원이 적다며 사실상 외면하는 고교가 많다.
대건고 이대희 교무부장은 "서울대가 2011학년도 수시에서 지역균형선발전형과 자유전공학부 일부 등 정원의 38.6%인 1천200명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하는 것을 비롯해 대학들의 확대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지금은 초보 단계지만 갈수록 사정관들의 역량이 높아지고 평가 방법이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 연말 고시 예정인 교육과정 개편안이 봉사, 동아리 등 학교 단위의 창의적 재량활동을 대폭 늘린 사실 역시 입학사정관제 확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역별·고교별·개인별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에 1학년 때부터 충실히 참여하고 스펙(조건, 자격 등 진학에 필요한 요소)을 쌓아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비하라는 의미로, 학교 차원에서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사교육 의존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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