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많은 부분을 정신병원 안에서 벌어지는 환자와 치료진 간의 갈등과 병실 생활을 환자의 입장에서 그리는데 할애하고 있다. 영화 와 의 적절한 조합이다.
주인공 수명은 심한 말더듬이에다 외톨이였다. 고2 때, 어머니가 자살한 후로 환청이 시작되었다. 귓속에서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는 놈이 생겼다. '더듬어도 괜찮아. 횡설수설해도 괜찮다. 놈은 나를 격려했다. 놈과의 관계를 지속하고 싶었다. 외톨이로 돌아가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외로움이란 외롭지 않았던 적이 있는 자만이 두려워하는 감정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18살 외톨이 소년은 울었다.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사랑한 존재였다.' 정신분열병 환자들은 환청 속의 친구와 상상 속에 머물기를 원한다. 친구가 사라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몰래 약물 치료를 중단하기도 한다.
작가는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수명과 이복형제 간의 유산 다툼으로 강제 입원된 승민을 사회적 폭력의 희생양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그들을 부추긴다. 너에게 총구를 겨누는 세상을 향해 가슴을 펴고 질주하라고.
'남자라면 이 비열한 거리를 통과하여 걸어가야 한다. 그 자신은 비열하지도 않고, 물들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면서.'-104쪽.
작가는 미쳐서 갇힌 자가 아니라 갇혀서 미쳐가는 자에게 통쾌한 자유를 찾아주겠다고 다짐한 것 같다. 자유분방한 조울병 환자 맥 머피의 도움으로 내적 변화를 일으킨 인디언 추장이 병원을 탈출한다는 내용의 처럼. 백치처럼 지내던 수명(인디언 추장과 비슷한 캐릭터)은 잭 니콜슨을 꼭 닮은 승민의 영향으로 마음의 변화를 일으켜 동반 탈출을 한다.
이 소설은 몇 가지 한계가 있다. 미국에서 수용 위주의 정신병원에 대한 비판이 고조된 것이 1960년대 말이다. 잠금장치가 된 폐쇄 병동, 엄격한 수간호사, 건장한 보호사를 등장시켜 정신병원의 단절성과 비인간적 분위기를 부각시킨 영화 가 이런 분위기에서 탄생했다. 지금은 2009년. 시대착오적이다.
또 작가는 환청과 편집적인 사고, 공황 불안, 외상적 사건의 플래시백 등 다양한 범주의 증상을 뒤섞어 표현하고 있어서, 정신의학적 타당성이 떨어지고, 정신병이 외상적 충격에 의한 피해의 결과로 생긴다고 여기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시력을 상실하고 가족도 떠나고 연결된 끈이 모두 사라졌다고 느낀 승민은 자살을 감행한다. 자신이 바라던 별의 바다로 날아갔다. 자아 이상이었던 승민을 따라 내질렀던 정신분열병 환자 수명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대중적 재미를 위해 정신병을 희화화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다. 384쪽, 1만1천원.
마음과 마음 정신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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