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철우의 공연 찍어 듣기] 파이프오르간'교향악에 젖는 가을

정오 오르간 음악산책:매주 화'금요일 낮 12시 30분 /계명대학교

'가을'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높고 푸른 하늘, 단풍, 독서, 풍성함, 여유, 산책…. 거기에 가벼운 음악회를 통해 가녀린 감동까지 덤으로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점심때 한두 시간 여유롭게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읽던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에 있는 아담스채플로 방향을 잡아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9월부터 12월 초까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12시 30분부터 25분간 열리고 있는 '정오 오르간 음악산책 가을 2009'. 이 음악회는 계명대학교 학생들과 시민들을 위하여 김춘해 교수(계명대 오르간과) 감독 하에 개설되는 상설 파이프오르간 음악회이다. 음악회 전에 간단한 식사를 하고 참석한다면 가볍게 파이프 울림의 신비로움 속을 여행하고, 언덕을 타고 살짝 내려오면 단풍들과 작은 인공폭포에 연결된 개울과 개울 끝자락에 앉은 정감 있는 연못, 그리고 정자와 서당, 등의 전통가옥들이 어우러진 멋진 정원(계명 한학촌)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새 소리, 물 소리, 벌레 소리, 낙엽 구르는 소리 등 자연의 오묘하고도 신선한 소리의 향연도 느낄 수 있다. 한적한 벤치에 자리를 잡고 누워 하늘을 쳐다보며 잠시 공상을 펼친 후 책 몇 쪽을 읽어 내려가면 이 모든 시간이 마치 음악회의 연장선에 놓여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귀에 MP3 이어폰을 고정시키고 아름다운 가곡들이나 협주곡 한 곡을 들으면서 아담스채플 서쪽 모퉁이를 돌아서면 환상적인 갈대숲길이 나타난다. 감미로운 독주 악기의 노래와 갈대 서걱이는 소리의 하모니. 하늘과 갈대숲길 그리고 숨바꼭질 하듯이 보이는 소나무 숲…. 특히 16일 음악회에서는 계명대학교 철학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인 아마추어 오르가니스트 뮐러(Anselm Winfried Mueller) 교수가 18세기 스페인 소나타들을 연주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음악을 사랑하여 스스로 연주하며, 나눔으로 즐기는 이런 음악회와 그 주인공들을 사랑한다. 그들에게는 전문 음악인들에게서 쉽게 느낄 수 없는 순수한 표현이 있기 때문이며, 서구인들의 이러한 문화가 우리들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매우 큰 호기심과 흥미로움이 있다.

그리고 새로운 대구의 음악축제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24일 대구영재유스오케스트라(지휘 이재준)의 공연을 시작으로 31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2009 대구교향악 축제'가 그것이다. 이 축제는 시민들의 교향악에 대한 관심을 높이며, 교향악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대구시립예술단 사업본부가 마련한 축제이다. 경북대학교오케스트라(26일'지휘 임현식), 대구가톨릭대학교오케스트라(27일'지휘 이현세), 영남대학교오케스트라(30일'지휘 장한업) 그리고 대구스트링스심포니오케스트라(31일'지휘 이동신) 등이 연주한다. 예술의 전당 개관 기념으로 시작된 서울의 교향악축제가 20여 년 동안 우리나라 관현악단의 내면적, 외면적 발전에 기여해 온 점을 생각하면 작은 규모로 시작되지만 대구의 관현악축제도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존속 그 자체로 대구와 경북지역 관현악단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계명대학교 오케스트라가 불참하게 돼 아쉬움은 있지만 특별히 각 대학 관현악단의 연주 수준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되리라 생각한다.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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