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공갈용 미사일

흔히 몸이 빠른 사람을 보면 "미사일 같다"는 감탄사를 쏟아낸다. 육상 100m 세계신기록(9초58)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의 별명도 '인간 미사일'이다. 미사일을 스피드와 파괴력을 상징하는 말로 쓰고 있지만 예전에도 그랬을까?

미사일(missile)의 어원에 관한 미국식 유머가 있다. 미사일은 영어 동사 miss(놓치다,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다, 빗맞다)와 접미사 -ile(가능한, 적합한)의 합성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미사일은 '빗맞을 수밖에 없는' '도달하지 못하는 데 적합한'이라는 뜻이 된다. 1960, 70년대까지 명중률이 형편없던 미사일의 효용성을 두고 군 관계자들끼리 내뱉던 농담이었다. 실제로는 라틴어에서 나온 말로, 보내다(send)는 뜻의 miss, 대상, 목표(object)라는 뜻의 ile의 합성어다. 목표로 폭탄을 날려보내는 미사일의 기능을 제대로 설명하는 단어다.

1970년대 미국과 소련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전 배치하기 전까지는 미사일의 역할은 완전히 '공갈용'이었다. 빠르긴 했지만 위력이 없고, 실효성도 의문스러운 무기였다. 영화로 제작돼 화제를 모았던 한국 최초의 미사일인 '신기전'(神機箭)도 그다지 유용한 무기는 아니었다. 문헌에 100여 발의 화살을 한꺼번에 쏠 수 있다고 기록돼 있어 얼핏 대단한 신무기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병사 개개인이 활을 쏘는 것과 100여 발의 화살을 일일이 통속에 장착하고 발사하는 과정을 비교하면 그리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2차대전 당시 미사일을 처음 실용화한 독일도 마찬가지였다. 독일은 V1 1만 발, V2 3천100여 발을 영국, 벨기에로 날려보냈는데 4분의 3 이상이 전혀 엉뚱한 곳에 떨어졌다. 영국 전투기 조종사들이 속도가 느린 V1의 비행을 발견하면 날개로 미사일을 가볍게 쳐 추락시킨 사례도 많았다. 그런데도 독일이 오차범위 17㎞의 불량 미사일을 계속 쏘아댄 이유는 적국에 공포심을 유발하겠다는 의도였다.

요즘 북한은 툭하면 예고 없이 미사일을 쏘아올린다. 지난 12일에도 미사일 5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올해 들어 6번째다.

현대적인 개념의 미사일은 가장 공포스런 무기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공포에 떨기보다는 독일의 사례처럼 '공갈용' 이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그만큼 공갈용 미사일의 효용성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박병선 논설위원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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