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아메리카노 한잔, 베이글, 그리고 메트로신문. 지금 나의 손에 들려져 있는 물건들이다. 대망의 첫 출근날, 다른 뉴요커들의 흉내를 내어 보고자 어설프게 이것저것 들고 있는 모습이 우스워 거울에 비친 모습을 사진으로 찍기도 한다.
유난히 햇살 밝은 날이었다. Astor Place. 역에서 내려 밝은 햇살이 보이는 출구 밖으로 향한다. 웃으며 메트로 신문을 나누어 주시는 스페니쉬 아주머니에게 신문 한 장 받아들고 "Thank you" 미소를 지으며 Broadway상에 있는 770번 건물로 향했다.
건물 앞에 크게 새겨진 'Nielsen'. 앞으로 내가 일하게 될 회사다. 이 회사는 미디어 리서치 회사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지점을 두고 있는 국제 기업이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에이전시에서 나와 나를 데려다준 분의 말에 따르면 보안이 철저하기로 유명한 건물이란다. 정말 보안카드를 세 번 찍지 않고서는 사무실 자리에 앉을 수 없었다. 첫날이었기에 에이전시에서 오신 분의 안내를 받아 건물로 들어갔다.
회사 전체의 분위기는 깔끔하고 벽에 걸린 그림들은 모던했다. 나의 부서는 Nielsen(닐슨) 안에서도 Backstage. 바로 배우지망생, 혹은 배우들과 영화사, 브로드웨이 관계자를 각종 에이전시와 연결해주는 곳으로, 1주일에 한번씩 주간지를 발행하기도 한단다. 내가 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지, 마케팅 담당자인 Michelle이 나를 반갑게 맞이해 준다. 간단한 인사가 끝나고 내가 기입해야 할 서류들을 건네준다. 온통 영어 투성이다. 개인마다 각각 높이 칸막이가 되어 있는 업무공간은 독립적이고 편안해 보였다. "Your english is pretty good!" 그녀가 건넨 한마디에 기분 좋아졌다. 사실 어제 본 미국 드라마의 주인공 말투를 따라서 미리 연습했던 멘트였다는 걸 그녀는 모르겠지.
첫날 업무는 우편용 브로셔 봉투에 넣고 인쇄된 주소를 봉투에 붙이는 업무다. 이 업무는 얼마 뒤 있을 Actorfest라는 큰 행사를 위해 하는 것이란다(www.actorfest.
com). 맨해튼 센터에서 열리게 될 이 행사에는 많은 배우들, 지망생들과 공연계, 영화계, TV관계자들이 모이는 매우 큰 연간행사라는 부연설명이다. 당분간 나의 업무는 이 행사와 관련된 업무라고 한다.
그렇게 150개쯤 봉투를 제작했을 때,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건다. 계절제로 이곳에서 인턴 중인 레이첼이다. 지금 한가하니 도와줄까 묻는다. 단순작업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사실, 그녀는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NYU를 졸업한 배우 지망생이었다. 언젠가는 자기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는 멋진 공연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그녀는 이 인턴십 말고도 일을 더 한다고 한다. 이 회사의 인턴십은 무급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꿈을 위해 이곳에서 무급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에이전시에 속한 다른 회사들은 100~700달러 사이의 최소한의 임금을 주는 기업이 많다고 하던데, 회사가 인기있고 유명할수록 박봉이라고 한다. 내가 일하게 된 Nielsen은 배우지망생뿐만 아니라 연예사업 관련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무급 인턴십조차 서로 차지하려고 하는 인기있는 회사다. 이렇게 지명도 있는 회사에 배정된 것을 알았을 때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졌다. 비록 무급이지만 말이다.
출근 첫날 점심시간이었다. 누군가 점심먹자고 하면 같이 먹어야지, 하면서 눈치만 살피며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새로 온 사람이 있으면 회사에서건 학교에서건 같이 밥을 먹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아직 점심시간이 멀었구나' 하는 막연한 생각에 입 꾹 다물고 있었다.
오후 2시가 넘어도 점심시간이라는 말이 없기에 참지 못하고 주변사람에게 물어 보았다. "이곳은 점심시간이 자유로워요. 먹고 싶을 때 언제라도 나갔다 와도 되고, 도시락을 싸와서 휴게실에서 드셔도 돼요." 우리와는 시스템 자체가 다른 거였다. 배고픔을 참지 못한 나는 오후 2시가 훨씬 넘어서야 점심을 먹기 위해 회사를 뛰쳐나갔다. 임시출입증을 책상에 놓아둔 채….
◆뉴욕인턴십아카데미란?
#능력'희망 따라 현지 회사 연결…학비 내고 갈 경우 학점도 인정
내가 참가한 인턴십 프로그램은 경북대학교와 뉴욕 리더십 아카데미(이사장 류종수)가 만들었으며 학기마다 학교에서 뉴욕과 워싱턴 지원자를 받아 면접을 본 후 기준에 따라 일정수를 선발하여 본인의 희망과 능력에 따라 적정한 뉴욕 현지 회사에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West프로그램보다 상대적으로 프로그램비가 저렴했고(약 1/3수준) 학비를 내고 갈 경우에 학점까지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간도 아끼고 실무적인 경험과 외국어 구사능력 향상이라는 많은 이점이 있어 이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현재 뉴욕인턴십아카데미와 제휴를 맺고 학점을 인정해주는 대학은 경북대, 계명대, 대구한의대, 서울여대 패션디자인학과, 인천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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