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산물벼 수매, 30% 줄어든 수입…한숨 한가득

산물벼 수매 첫날인 15일 의성 다인농협 미곡처리장 건조저장시설에 트랙터와 화물차들이 길게 늘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희대기자
산물벼 수매 첫날인 15일 의성 다인농협 미곡처리장 건조저장시설에 트랙터와 화물차들이 길게 늘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희대기자

2009년산 산물벼 수매가 15일부터 시작됐다. 올해 벼 작황은 사상 최대 풍년이라는 지난해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평년작을 웃돌 정도로 풍년이다.

하지만 수확이 한창인 농촌 들녘에는 풍년가는 고사하고 한숨소리만 가득하다. 올해 작황이 풍년인데다 2008년산 재고미가 저가로 시중에 풀리고 있기 때문.

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수매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한결같이 "올해는 쌀값 폭락으로 수익이 작년에 비해 30% 정도 줄어들 것 같다. 내년에 돌아오는 농기계 원리금 상환과 자녀들의 학비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2009년산 산물벼 수매가 4만원

경북의 3대 곡창 중 하나로 꼽히는 의성 서부지역 농협미곡처리장(RPC)들의 2009년산 산물벼(조곡 40㎏ 기준)의 수매가는 4만원으로 잠정 결정됐다. 4만원은 우선 산물벼 수매와 함께 농민들에게 선급금으로 지급되며 연말 시장 가격에 따라 추가 지급·정산된다.

의성지역 농협RPC 관계자들은 "2009년산 산물벼 수매가가 4만원으로 잠정 결정됐지만, 연말 정산하면 얼마가 될지는 아무도 무른다. 그저 답답할 뿐"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역 농협들은 최근 들어 시중 쌀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 "전국의 농협과 민간 RPC들이 창고에 가득 찬 2008년산 재고미를 처리하기 위해 저가로 쌀을 시중에 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2009년산 정부 공공비축미 산물벼 수매 가격은 특등 4만9천960원, 1등 4만8천350원, 2등 4만6천170원이다. 단 포대벼는 포대와 인건비 등을 감안해 산물벼보다 포대당 670원이 더 높다.

◆한숨소리 가득한 산물벼 수매장

산물벼 수매 첫날인 15일 오전 10시 의성 다인농협 RPC 건조저장시설 앞. 수십대의 트랙터와 화물차, 경운기에 벼가 가득 실린 채 수백m 늘어서 입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농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올해 수익이 크게 줄 것을 걱정했다.

쌀농사 3만㎡를 짓고 있는 김영달(73·의성 다인면 신락2리)씨는 "지난해에는 산물벼를 수매해 2천500만원을 손에 쥐었으나, 올해는 쌀값이 폭락해 수입이 500만원 정도 줄어들 것 같다. 매년 비료와 농약, 유류비 등은 폭등하는데 쌀값은 되래 떨어지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쌀농사 2만7천㎡를 짓고 있는 우야춘(70·의성 다인면 신락1리)씨는 " 트랙터를 구입한지 7년이 지나 내년부터 이자와 원리금을 포함 매년 3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면서"올해는 쌀값 폭락해으로 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농기계값 상환을 어떻게 할 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탁판매제는 어떨까?

정부가 올해부터 시범사업으로 운영하는 제도로 농민들이 2009년산 벼를 수확해 농협RPC에 맡겼다가 내년 1월부터 5월 사이 농민들이 희망하는 시기에 쌀값을 정산하는 제도로 벼를 농협에 맡길 때 선급금으로 3만원을 받고 정산할 때 시장 가격으로 나머지 금액을 받는다.

올해 처음 도입하는 수탁판매제도는 농협RPC들이 자체 수매량의 10% 이상을 이 제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권장하고 있으며, 농민들 중 비교적 젊은층인 농민단체 회원 등 대농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거나 참여하고 있다.

우종우(55·의성 안계면 용기리)씨는 "농협이 수탁판매제를 권장해 적극 참여하기로 하고 1천포대를 맡기기로 했다"면서"지금은 비록 시중 쌀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정부가 각종 대책들을 내놓으면 내년 1월부터 5월 사이 쌀값이 다소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이 제도를 이용하기로 했다"고 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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