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캐슬린 스티븐슨 주한美대사 대구 방문, 단독 인터뷰

"韓美 FTA는 빅딜…비준까지 시간 필요"

캐슬린 스티븐스=지난해 9월 23일 첫 여성 주한미대사로 부임했다. 1975년 평화봉사단원으로 충남 예산의 예산중학교 영어교사로 부임한 것이 한국과의 첫 인연. 당시
캐슬린 스티븐스=지난해 9월 23일 첫 여성 주한미대사로 부임했다. 1975년 평화봉사단원으로 충남 예산의 예산중학교 영어교사로 부임한 것이 한국과의 첫 인연. 당시 '심은경'이란 한국 이름을 얻었고 한국인과 결혼해 아들도 두었다. 한국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고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을 보여 화제를 모았다. 예산중학교 근무 당시 한국에서 외교관 시험에 합격해 직업 외교관이 됐다. 이후 1980년대 한국의 민주화 운동과 서울올림픽 등 한국의 변화상을 목격했다. 1990년대 초에는 연방 해체 직전의 유고슬라비아, 이후에는 북아일랜드 현장에서 격동의 현대사를 몸소 체험했다. 한국어와 중국어, 세르비아어를 구사할 수 있다.

그녀는 능변이었다. "안녕하십니까?"라는 자연스런 한국말 인사로 특강을 시작한 캐슬린 스티븐스(Kathleen Stephens·56) 주한미대사는 약 1시간 동안의 강연을 영어와 우리말로 농담을 섞으며 자연스레 이어나갔다. 강연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박수와 웃음으로 응대했다.

지난해 한국에 부임한 지 처음으로 15일 대구를 찾은 스티븐스 대사를 경북대 국제경상관 학장실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지역 기업이 한미 FTA 비준과 미국 기업의 투자 유치에 관심이 많은 것에 대해 미대사관이 하나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한미 정부의 일관된 정책 기조를 강조했다.

-한미 FTA 비준이 아직 안 되고 있습니다. 지역 기업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고 있는데 내년 전망은 어떻습니까? 그리고 미국 국내에서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양국 대통령 모두 한미 FTA가 양국에 엄청난 경제적 혜택을 가져다 줄 것임을 강조하고 있고, 그 진전 방안을 찾아야 함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2007년 6월 양국 정부의 한미FTA 협상 타결 이후 양국의 정권이 교체됐고 전례없는 금융위기가 닥쳤습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자동차 산업이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현재 상황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현재 미국의 무역대표부가 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검토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부에서도 한미 FTA 비준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기업인들도 많습니다. 물론 특정 분야에서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내를 갖고 한미 FTA의 중요성과 잠재력을 기대하며 기다려야 합니다. '중요한 협상(Big Deal)'인 만큼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전략적으로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협정이니까요.

-대구가 외국의 투자 유치 성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은 무엇입니까?

▶대구로 오기 전 대구경북 지역에 대해 알아보고 최신 동향을 파악하니 대구는 강점을 상당히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21세기 성장산업 유치를 통해 발전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전문적이면서 근면한 훌륭한 인적자원이 많은 것을 고려하면 매우 유망하다고 봅니다.

한국은 이미 금융위기를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미국보다 더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내년 G20 의장국으로 등극한 것은 한국의 위상이 강화된 것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이런 것이 결과적으로 대구의 투자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투자에 있어서는 현장에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을 제대로 만나야 합니다. 대사관의 주역할은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소통의 주역이 되고 연락책이 되는 것입니다. 현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한국에서 사업을 하려는 미국 기업에 대해 지원을 하고 조언을 해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대구에 미군부대가 많습니다. 시민들의 사유재산 행사에 제한이 많았는데 미국 정부의 향후 대책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수세대에 걸쳐 대구시민들이 미군에게 보여준 우의와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대구만큼 미군을 환영하는 분위기에 시민들과의 관계가 돈독한 곳도 없습니다. 그동안 양국 간 경제는 물론 여러 방면에서 변화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앞으로 이를 반영할 것입니다. 대구시나 정부 당국자와 협력을 통해 가능한 한 빨리 결과를 이루어내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부임 이후 주한미대사로서 ▷한미 간 매우 특별한 관계를 새로운 지평에 올리는 것과 ▷북한인들이 21세기에 마땅히 누려야 할 기회를 누릴 날을 앞당기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지난 1년간의 결과는 어떻습니까?

▶첫째 목표는 바로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지난 1년간 한미관계는 훨씬 더 심화하고 폭넓어졌으며 더욱 굳건해졌습니다. 그 사이 정권 교체는 있었지만, 미국 정부는 한국에 대해 일관된 태도를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이는 한미관계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음을 의미합니다. 미국은 한국을 한반도 문제 해결은 물론 G20이나 UN 같은 국제무대에서 국제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한 동반자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자면제프로그램(VWP)은 양국 간 굳건한 동맹관계의 실질적인 산물이지요.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양국이 한목소리를 내는 데 있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사회 전체가 '북한이 굉장히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핵개발 프로그램 추진을 할 경우 북한의 미래는 없다'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며 효과적으로 단합해 대응해 왔습니다. 동시에 '북한에는 다른 미래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미래를 선택한다면 우리가 도와줄 용의가 있다'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가 인내를 갖고 끈기있게 북한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압박을 해야 합니다.

-최근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 이후 북한이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에 어떻게 대응하리라고 보십니까?

▶(한국말로) 항상 북한에 대해서 말하자면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웃음) '북한이 대화를 재개할 용의가 있다'라고 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아직 실천으로는 옮기지 않은 단계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명백하게, 한목소리로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북한이 진정 어떻게 나올지는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그동안 북한 정부는 한국 정부의 요구에는 일절 응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해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겠습니까?

▶동맹국으로서 미국은 한국의 남북 관계 개선 노력을 적극 지지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시도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양국은 분명히 하나의 목소리로 북한에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북한 핵 폐기와 남북관계 개선, 그리고 영구적인 평화협정 수립과 같은 의무사항을 담은 9·19 공동성명의 목표가 아직까지도 제가 노력하고 있는 부분의 가장 핵심적인 목표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다른 관계국 지도자들이 이를 인식하고, 이에 대해 의지를 다잡아야 합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캐슬린 스티븐스=지난해 9월 23일 첫 여성 주한미대사로 부임했다. 1975년 평화봉사단원으로 충남 예산의 예산중학교 영어교사로 부임한 것이 한국과의 첫 인연. 당시 '심은경'이란 한국 이름을 얻었고 한국인과 결혼해 아들도 두었다. 한국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고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을 보여 화제를 모았다.

예산중학교 근무 당시 한국에서 외교관 시험에 합격해 직업 외교관이 됐다. 이후 1980년대 한국의 민주화 운동과 서울올림픽 등 한국의 변화상을 목격했다. 1990년대 초에는 연방 해체 직전의 유고슬라비아, 이후에는 북아일랜드 현장에서 격동의 현대사를 몸소 체험했다. 한국어와 중국어, 세르비아어를 구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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