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재학의 시와 함께]曉渡銅雀江(박제가)

馬踏空船곽곽鳴 뱃바닥에 말발굽 소리 뚜걱뚜걱 울릴 때

寒星江底양還明 새벽 별 강 속에서 밝게 어른거리네

冥몽不辨梢工立 어둡어둡 뱃사공이 섰는 것도 안보인다

락학相隨旅買行 수걱수걱 따라 오는 건 등짐 장수 들인가

水墨全然鋪夜色 밤은 으슴푸레 먹을 풀어둔 듯

빈眉盡欲作秋聲 수염에 스치는 바람 가을 맛이 완연해라

方知暝裡邱陵轉 어둠 속에 산이 가니 배 떠난 것 분명하다

日出飛霜滿客纓 해 돋으니 갓끈에 서리가 하얗구나

라는 것은 검서체라고 불리는 새로운 문예 사조에 대한 당대 사대부인 심봉환의 걱정이었다.

박제가는 소위 검서체의 중심 인물이었다.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문자로 옮긴 그림시처럼 고요한 가운데 생동감이 느껴진다. 시는 전체적으로 한 밑그림을 가진다. 안개 같은 수묵의 세계인 에서 돋아난 의 밝은 浮彫가 뚜렷이 대비된다. 그 돌올한 부조는 오직 한 구 밖에 없지만 전체 시와 맞먹을 만큼 인상적이다. 검서체의 새로움이란 기존의 사대부 시가를 완전히 뒤엎는 것이 아니라, 한시의 절제와 이미지 표출이라는 장점을 앞장세워 언어는 한껏 섬세해지고, 시인들의 눈높이는 더욱 삶과 사물에 밀착했던 감각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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