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 성서 1차공단의 1천652.9m²(500평) 규모 공장이 매물로 나오자 5명의 매수 희망자가 몰려들었다. 치열한 경합 끝에 3.3m²(1평) 당 255만원에 이 공장은 팔렸다. 매수 희망자들은 '요즘 공장 매물이 없어 공장 사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하소연을 내놓고 있다.
#대구3공단에서 공장 등의 부동산컨설팅 업무를 하는 '세풍'의 오성복 대표는 "올해 초 금융위기 상황과는 요즘 판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공장 매물에 비해 공장을 사려는 사람이 훨씬 많은 '수요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3공단의 목 좋은 곳 공장 가격은 3.3m²당 600만원을 이미 돌파했다고 했다. 올 초에 비해 20% 이상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에만 생기가 돌 뿐, 실물 부문은 아직 멀었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요즘 대구의 주요 공업단지를 둘러보면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공장을 사겠다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통화정책당국이 당분간 확고한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돈'의 방향성이 명확해졌고 실물경기 회복세도 뚜렷해지면서 공장을 탐내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공장 낙찰률 급등세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여파를 미친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은행에 이자를 내지 못해 경매에 나온 공장이 넘쳐났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 물량이었다.
대구권 중소기업 대출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대구은행의 경매 신청 건수는 지난해 8월 18건이었지만 9월 28건으로 늘어난 뒤 10월 30건까지 올라갔고, 올 3, 4월에는 각각 48건, 44건까지 폭등했다.
대구은행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경매를 신청한 물건을 조사한 결과, 모두 268건에 신청액이 1천125억2천900여만원에 이르렀다. 1천억원을 넘어서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
하지만 하반기 들어 7, 8월 각각 27건과 20건의 경매신청만 나오면서 상반기에 비해 경매 물건 자체가 급감 중이다.
물건이 줄어드는 동시에 낙찰가율은 크게 높아지는 중이다.
부동산 경매전문업체인 인포케어옥션 집계 결과, 지난달 대구에서 공장은 13건이 경매로 나와 10건이 낙찰됐다. 낙찰률은 76.9%다. 낙찰률이 70%대로 오른 것은 올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올 5월만 해도 대구의 공장 낙찰률이 20%대에 불과했고 7월에도 30%에 머물렀었다.
대구 최대 공단인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관계자는 "공장 매물보다 매수 희망자가 훨씬 많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장 가격이 크게 오르는 것은 물론, 가격이 오르자 매물로 내놨던 공장도 슬그머니 '매각' 간판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가 풀린 걸까?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있다는 표현을 업계에서는 내놓고 있다. 특히 '밑바닥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구은행 이승근 3공단영업부장은 "자동차부품 중심으로 일감이 많아지는 곳이 눈에 보이고 있다. 추석 연휴 때 3공단과 검단공단 등에서 명절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특근을 한 업체가 많다. 자동차 계열별로 보면 가장 먼저 일감이 쏟아지는 곳은 기초 소재를 만들어야 하는 3차 밴더 이하 업체인데 이들 업체에 일감이 늘고 있다. 결국 작은 공장이 밀집한 3공단이나 서대구공단에서의 공장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작은 공장 수요는 연쇄적으로 대형공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은 공장에서 일감을 감당하지 못하는 업체들이 성서공단 등 대형공단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최권우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조사담당은 "3공단 등에서 좀 더 큰 부지를 얻기 위해 성서공단으로 넘어오는 사례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며 "공장 매물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성서공단의 공장은 모두 2천500여곳에 이르는데 현재 매물로 나온 물건은 3, 4곳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세풍' 오성복 대표는 "저금리 기조가 계속 이어질까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 통화당국의 태도로 볼 때 당분간 저금리가 계속 갈 것이라는 해석이 많아 '돈'이 이제 눈치 보기에서 탈피, 본격적인 투자처 사냥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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