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뮤지컬 전용극장, 넘어야 할 산 많다

뮤지컬 전용극장 건립계획안이 대구시의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내년 초 사업자를 선정해 연말쯤 착공할 계획이다. 뮤지컬 전용극장은 지난해 수성구 황금동 어린이극장 주차장 부지에 건립을 추진했으나 시의회가 편의 시설 과다 등을 이유로 지난 2월 부결했다. 그 뒤 일부를 수정해 8개월 만에 통과한 것이다.

뮤지컬 전용극장은 올해 3회를 치른 대구 뮤지컬 축제 개최와 맞물려 있다. 또 오페라하우스와 함께 대구의 문화 인프라 구축에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전용극장이 대구의 문화 인프라로 제 구실을 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서울이나 외국 대형공연의 흥행장이 돼서는 안 된다. 대구는 뮤지컬 흥행이 가장 잘 되는 곳이다. 이는 그동안 대구시와 기업, 대학이 뮤지컬 표 팔아주기에 앞장선 것이 큰 몫을 했다. 제작사나 기획자 입장에서는 대구가 뮤지컬 흥행의 '봉'인 셈이다. 사기업이 수백억 원을 들여 전용극장을 짓는 데는 이익 추구가 첫 목표일 것이다. 이를 이유로 흥행을 노리는 뜨내기 공연만 판을 친다면 전용극장 건립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대구에서 뮤지컬 제작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많은 작품이 대구를 찾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대구의 뮤지컬 제작은 소극장용 일색으로 걸음마 단계다. 흥행이 되는 것은 외부의 대형공연일 따름이다. 전용극장 건립으로 대구 뮤지컬 제작이 활성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대구시도 전용극장 건립과 관련해 대구 문화예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장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0년 동안 30억 원의 문화기금과 기부채납이 조건이지만 아직 협상의 여지는 있다고 본다. 인프라 활용에 대한 대구시의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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