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 나오기까지는 취재 편집 교정 인쇄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루 10만 자 이상의 글자와 교정기자의 총성 없는 전쟁은 매일 치러진다. 취재기자가 작성한 기사도 있지만 외부 필진의 원고도 적잖다. 매일매일 살얼음을 걷는 심정이다. '잘하면 본전'인 게 교정 일이기 때문이다.
교정 작업을 하다 보면 글자 자체가 틀리지 않아 눈길을 용케 피해가는 단어들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교정기자들은 정말 난감하다. "유네스코가 문명퇴치에 공헌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 바로 '세종대왕상' 이며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 문화유산으로도 등록됐고, 우리의 국력이 커 가면서 세계 64개국 740여 개 대학에서 가르치는 국제적인 문자가 됐다." 이 문장에서 '문명 퇴치'는 '문맹 퇴치'의 잘못이다.
또한 평(坪) 대신 ㎡로, 원을 달러로 환산할 때 착오를 일으키는 경우도 가끔씩 발생해 교정기자를 긴장케 한다. "이곳 청과협회 회원들 중에는 대구'경북 출신들도 수십여 명에 달했으며 재산이 수백 달러(수십억 원)에서 수천 달러(수백억 원)에 달하는 재력가들도 많았다." 이 문장에 나오는 '수백 달러' '수천 달러'는 '수백만 달러'와 '수천만 달러'의 잘못이다. 괄호 안의 우리 돈을 대비하면 금방 알 수 있지만 생각만큼 쉽잖다.
하루하루 바쁘게 진행되는 작업이다 보니 기자들은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그러나 피와 땀이 서린 우리 신문을 즐겨 읽어주는 애독자를 볼 때면 힘듦도 잊고 기분이 좋아진다. 교정기자도 쇄출 시간에 맞춰 작업을 하다 보면 인간이기에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신문이 인쇄되어 나오고부터 집에 가서 잠자리에서까지도 실수를 자책하며 어떤 때는 밤을 꼬박 지새우기도 한다.
"요원들은 며칠씩 밤을 지새며 차 안에서 잠복수사를 펼치다 김밥 한 줄이나 빵 한 조각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다." "첫 공식 무대를 앞둔 김재욱은 연일 밤을 지새우며 모든 곡을 새로 편곡하는 등 남다른 각오를 보이고 있다." "12월 12일 저녁 김구는 이봉창과 여관에서 지새며 상세한 밀계를 세우고 일본으로 건너간 뒤의 사무를 의논하였다."
앞의 예시된 문장에 나오는 '지새며' '지새우며' '지새며'에서 '지새며'는 잘못된 표기이다. '지새우다'는 고스란히 밤을 새우다, '지새다'는 달이 지며 밤이 새다라는 뜻으로 '지새우다'라는 의미로 사용하면 안 된다. '지새우다' 대신에 온밤을 자지 않고 뜬눈으로 밝히다라는 뜻인 '새우다'를 쓸 수도 있다. 이럴 때 짓거나 만들다, 일으키다, 멈추게 하다란 뜻인 '세우다'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매일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한 긴장된 작업의 연속이지만 내일의 일을 생각하며 가슴 설레며 밤을 지새우는 나는 어쩔 수 없는 교정기자인가 보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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