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한바탕 울어보기로 하였다. 진작 감동휴먼까지 준비된 최루성 신파 영화라는 자자한 소문으로부터, 만든 이도 이런저런 짝퉁수표도 아닌, 일찍이 '너는 네 운명'(2005년)이라는 작품으로 장안의 숱한 손수건을 적셨던 '진짜 보증수표'인 박진표 감독이라고 하지 않는가? 애절한 사랑 앞에서 깐작깐작 따질 수도, 더더욱 절절한 죽음 앞에서 뭐라 시시콜콜하게 물을 도리도 없지 않은가? 그동안 등 너머로 주섬주섬 주워들은 영화에 대한 온갖 풍월들도 죄다 던져버리고 본디 온몸이 통째로 눈물주머니인 마누라는 스스로 손수건 한 장 더 챙기는 걸로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런저런 눈치 보지 않고 맘 놓고서, 어디 한 번 펑펑 울어보기로 말이다.
'내 사랑 내 곁에'(2009년)는 볼거리뿐만 아니라 생각할거리도 많이 준비된 영화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푸념은 꼭 허술한 음식 탓만이 아니라, 지레 높아진 입맛에 그 기대치만큼 못 미친 경우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남자 주인공의 연기는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화면을 줄곧 압도하면서 이끌고 나갔다. 환자로 나오는 조역들이 이루어내는 중환자실의 풍경도 연기자들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감독의 욕심만큼 있어야 할 이야기는 알뜰하게 담았고 관객들에 대한 배려로 솎아낼 장면들은 살뜰하게 편집까지 하였노라고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뒤받쳐주는 배경은 따로따로 겉돌고 있을 뿐, 끝내는 사랑과 죽음의 눈물조차 속절없이 제각각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허둥지둥 달음박질치다가, 허겁지겁 때늦은 눈물주머니를 저 혼자 터뜨리고 있는 꼴이 되고 말았다. 정말 같이 울고 싶었는데, 뺨을 쳐주기는커녕 살짝 건드려만 주어도 눈물이 마구 쏟아져 나올 텐데. 애꿎은 손수건만 꺼내다 말던 마누라랑 함께 맨송맨송한 낯짝으로 하릴없이 극장 문을 나설 도리밖에는.
말짱하게 깨어있는 정신으로 마냥 허물어지는 스스로를 지켜보는 것도, 멀쩡한 몸에 저 먼저 스러져버린 의식에 목메는 것도 하나같이 피눈물 배어나는 정경이다. 편안한 몸에 걸맞은 맑은 정신으로 맞이하는 죽음은 분명 엄청난 축복이다. 아이를 길러서 일으켜 세우는 것 또한 이와 별반 다름이 없으리라.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천하에 고약한 일이 마구잡이로 비대칭아를 만드는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몸피만 잔뜩 키운 응석받이나 지레 말라버린 애늙은이나 다 같이 우울한 광경이다. 주린 배도 채워주고 지친 가슴까지 북돋워주는, 높은 하늘 아래에서 몸과 마음이 함께 살찌는 풍경이 보고 싶다.
송광익 늘푸른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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