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청사 1층 좁은 로비에는 매일 진풍경이 벌어진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20여명이 길게 줄을 서는 경우가 하루에도 몇 번씩 생긴다. 1천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시청사에 엘리베이터가 2대밖에 없는 것도 원인이지만 각종 국책사업 유치에다 국제행사가 늘면서 시청사를 찾는 외부 방문객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데 따른 것이다.
조용하던 대구 시청사가 요즘 들어 활기가 넘치고 있다. 회의실과 상황실은 각종 보고회 등으로 연일 비는 시간이 없고 회의 장소를 찾지 못한 직원들은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이동 회의'를 하고 있다. 김범일 시장의 말처럼 '대구시는 지난 10여년간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대구의 오랜 염원이던 국가산업단지가 지정됐고 얼마 전에는 첨단의료복합단지까지 유치했다. 또 내년 시의 국비 지원액은 사상 처음으로 3조원 시대를 열게 된다.
김 시장 취임 초기 6천억원에 불과했던 국비 예산이 올해 1조6천억원에서 내년에는 3조로, 해마다 두 배씩 뜀뛰기를 하고 있는 것.
김 시장은 "대다수 사업이 1, 2년 이상의 치열한 준비 끝에 이뤄낸 결과다. 하지만 타시도에서는 정권 덕을 본다며 질투의 눈길을 보내고 있어 시민들에게 대구의 성과를 제대로 홍보하기도 쉽지 않다"고 속내를 털어놓고 있다.
실제 국비 3조원 확보도 엄청난 성과지만 타지역에서 '지역 차별'이란 비난이 나올까 우려해 시는 철저한 '보안'을 유지해 왔다.
"기획재정부 출신인 정무 부시장이 3개월 동안 서울에서 상주했고 실국장도 여름부터 일주일에 두세 차례 서울길에 오르며 노력한 결과물"이라는 김 시장은 "1, 2년이 지나면 이런 성과들을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선택'과 '집중' 없이 백화점식 업무 추진을 한다는 일부의 시각도 있다. 이는 지난 20여년간 침체 속에서 되는 것이 없던 대구에서 각종 '일'이 벌어지면서 느끼는 '사고의 혼란'일 수도 있고 시청 직원들의 업무 부하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업무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되는 일이 없어 고민하던 대구로서는 일이 많아 발생하는 부작용쯤이야 얼마든 즐길 수 있다.
한편, 대구시와 경북도의 유기적인 공조체제도 어느때보다 '힘'을 발휘하고 있다. 민선 출범 이후 보이지 않던 갈등 관계를 유지했던 시도가 '지역 발전'이란 큰 틀에서 서로 끌어주며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대구로서는 최근에 이러낸 각종 성과에다 정부의 지원, 도와의 공조를 바탕으로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놓은 셈이다. 물론 대구시를 둘러싼 환경이 아직 샴페인을 터뜨릴 수준은 아니다.
대구'경북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영남권 신공항 사업'이 아직 미제로 남아있고 시가 유치한 국책사업이나 국제행사도 내용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시가 얻을 수 있는 성과는 크게 달라지게 된다.
얼마 전 김 시장은 사석에서 "내년 6월 선거가 다가오고 있지만 현안이 너무 많아 신경을 쓰지 못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성과와 정책으로 평가받으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도 대구시 청사 엘리베이터에 항상 긴 줄이 서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재협 사회정책팀 차장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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