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당나라 군대

군기(軍紀)가 엉망인 오합지졸 군대를 보통 '당나라 군대'라고 부른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 말은 중일전쟁 때 전투 의지도 없고 기강도 형편없는 중국군을 일본군이 비하해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중국군을 당나라 군대라고 한 것은 일본에서는 '당'(唐)이 '중국'을 통칭하는 의미로 쓰였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이 역시 정확하지는 않다.

가장 유명한 '당나라 군대'는 2차대전 때의 이탈리아군이다. 당시 이탈리아군은 전략, 전술, 병력, 무기, 사기 등 모든 면에서 수준 이하였다. 무솔리니는 이탈리아 육군이 800만 대군이라고 떠벌렸지만 개전 직전까지 기본 화기인 소총마저도 150만 정밖에 확보하지 못했고 그나마 그 중 상당수는 골동품 수준이었다. 사단 수를 2배로 늘렸지만 숫자 놀음이었다. 편제를 3개 연대에서 2개 연대로 바꾼 것이었다. 실제로 늘어난 것은 전투력이 아니라 장군의 수였다. 전차는 영국군 전차의 주포 한 방에 맥주 캔처럼 찌그러지는 수준이었고 항공기는 구식 복엽기가 대부분이었으며 속도, 기동성, 무장 등 모든 면에서 열세였다. 장군들은 무능했고 병사는 싸울 의지가 없었다. 연전연패는 당연했다.

그래서 이탈리아가 추축국에 가담한 것이 오히려 추축국의 전력을 약화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1939년과 1940년 서방 연합군은 이탈리아가 중립을 지키지 않고 독일 편에서 싸울 때의 장점과 단점을 검토했다. 대체로 영국군 참모부는 이탈리아가 전쟁에 끼어들지 않고 지중해나 근동의 평화를 유지해주기를 바라는 쪽이었다. 그러나 강력한 반론이 제기되었는데 돌이켜보면 그쪽이 옳았다. 인간의 싸움에서 적진에 새로운 적이 가세하여 이쪽보다는 적진을 크게 해친다는 주장은 좀처럼 내세우기 힘든 것이다. 그러나 무솔리니의 이탈리아는 적어도 그 점에서 독특했다"('강대국의 흥망', 폴 케네디)

이탈리아군이 '당나라 군대' 이력을 새로 추가했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이탈리아군이 지난해 탈레반에 공격하지 않는 대가로 수만 달러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강력히 부인했지만 탈레반 고위 간부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실을 확인해줌으로써 할 말이 없게 됐다. 군대의 존재 이유는 전쟁이다. 돈으로 평화를 사는 것은 외교관이 할 일이지 군대가 할 일은 아니다. 용맹한 로마군단을 조상으로 뒀지만 후손은 너무 용렬해 보인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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