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으로 물든 가을 들녘에서 막 추수를 끝낸 햅쌀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밥은 우리의 주식(主食)이다. 하지만 입맛이 서구화되면서 쌀 소비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우리 땅에서 농부들이 정성을 쏟은 쌀은 에너지를 줄 뿐 아니라 각종 질병치료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흰쌀에 현미'잡곡 넣으면 영양소 풍부=알알이 노랗게 익은 벼 수확이 막바지다. 쌀에는 당질과 식이섬유, 단백질 등 많은 영양소가 들어 있다. 특히 필수아미노산은 서양의 주식인 옥수수나 밀에 비해 2배나 높다.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허튼 소리가 아닌 셈이다.
쌀에 포함된 지방은 혈액에 있는 혈소판의 응고를 막아줘 성인병 예방 효과가 매우 높고 항변이원성(항암성) 물질이 상당히 함유돼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쌀눈에 많이 들어 있는 '가바'(Gaba)란 물질은 혈액 내 중성지방을 줄이고 간 기능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흰쌀도 좋지만 도정과정에서 섬유질과 각종 비타민, 무기질이 사라질 수 있다. 흰쌀에 도정이 덜 된 현미나 검은콩을 섞어 먹으면 더 많은 영양소를 얻을 수 있다. 수확한 벼의 왕겨만 벗기고 속겨는 벗기지 않은 현미는 쌀겨(속겨)와 씨눈(배)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땅에 뿌리면 싹이 나는데, 싹트기에 필요한 영양소가 충분히 들어 있다. 검은 콩은 일반 콩과 비교하면 영양소의 함량은 비슷하지만 노화방지 성분이 4배나 많고, 성인병 예방과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
대구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조성희 교수는 "흰쌀에다 현미를 섞어 먹으면 비타민B복합체, 섬유소 등의 영양분을 보충할 수 있다"고 했다.
쌀 자체도 계속 업그레이드 중이다. 친환경농법을 통한 유기농 쌀이나 브랜드 쌀이 봇물을 이룬다. 최근에는 다이어트 쌀과 키가 커지는 쌀, 머리가 좋아지는 쌀 등 맛과 기능성을 갖춘 쌀이 개발돼 나오고 있다.
▷윤기나는 쌀 골라 잘 씻어야=맛있는 밥은 입뿐만 아니라 눈까지 즐겁게 한다. 세종요리직업전문학교 김종연 원장은 "국물과 비빔문화로 인해 밥 자체의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맑고 알알이 윤기가 흐르는 밥은 그 자체로 씹을수록 단맛이 배어난다"고 했다. 잘 된 밥은 고소함을 지녀 열 반찬 부럽지 않다는 것.
맛있는 밥은 좋은 쌀 고르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좋은 쌀은 우선 쌀알이 통통하고 광택이 나면서 가루가 없는 쌀이다. 눈으로 식별할 수 없는 영양 성분 차이는 포장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막 수확한 햅쌀이 좋지만 조금 지났더라도 최근 도정했다면 쌀의 고유한 맛을 느끼는 데는 문제없다.
좋은 쌀을 골랐다면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해 잘 씻어야한다. 먼저 씻은 첫물은 쌀겨 냄새가 배지 않도록 빨리 헹구어 버리고 다시 2, 3차례 빠르게 휘저어 물이 맑아질 때까지 씻는다. 다음은 쌀 불리기. 겨울에는 1, 2시간, 여름에는 30분 정도 불리면 적당한 수분을 유지할 수 있다. 밥을 지을 때는 보온밥통 대신 압력솥이나 가마솥, 냄비를 이용하면 특유의 구수한 향과 달콤한 밥맛을 살릴 수 있다. 바닥에 눌은 누룽지는 그대로 먹으면 훌륭한 간식이 되고 물을 넣고 끊여 식사 후 숭늉으로 마시면 갖가지 영양에 혀까지 즐겁게 한끼 식사를 마칠 수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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