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년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주만 따져서 34억5천만병을 비워냈다. 19세 이상 성인 1명이 1년에 소주 93병을 마셨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흘에 1병꼴로 소주를 마신 셈이다.
술을 전혀 입에 대지 못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는 점을 따져볼 때 20~50대 남자들이라면 이틀에 한번쯤은 소주 구경을 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소주만 있나? 다른 술도 많은 형편이라 우리 사회에서 술은 이제 '필수재'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매일 아무 거리낌없이 마실 만큼 술은 안전한 먹을거리일까?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국세청을 상대로 이 같은 질문을 날렸다. 시중에 유통되는 주류에 대한 '주질 분석 결과'가 공개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분석 결과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차 의원의 설명이다.
◆주질 분석 하기는 하나?
국세청이 차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이 주도해 주질 검사가 이뤄지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검사 건수가 많지 않은데다 해마다 검사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 술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국세청은 전국적으로 2005년 1천17건을 분석한 이후 2006년에도 1천46건을 했으나 2007년에는 883건으로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2005년의 절반 수준인 567건으로까지 감소했다.
그런데 술에 대해 검사를 했는지 여부조차 술 소비자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 차 의원에 따르면 주질 분석 자료가 개별사업자의 과세정보에 해당된다며 국세청이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
차 의원은 "국민 대다수가 즐겨 마시는 술에 대한 주질 분석 결과는 과세정보가 아니라 식품안전·위생에 관한 먹을거리 정보이므로 당연히 공개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불량 술' 실제로 나오나?
대구국세청은 지난해 71건에 대한 유통 주류 주질 분석을 한 결과, 알코올도수가 규정된 것보다 낮은 탁주를 1건 적발했다. 술이 아니라 물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대구국세청은 이 회사에 대해 벌과금을 매겼다.
대구국세청은 지난해에도 똑같은 사례를 적발해냈고 2006년에는 무려 10건이나 알코올도수가 낮은 술을 밝혀냈다. 검사를 해보면 '엉터리 술'이 적지 않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국세청은 지난해 모두 567건의 각종 유통 주류를 분석, 27건에 대해 제조·출고 정지 조치를 내렸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 시험건수의 5.1%가 부적절 판정을 받았다. 술 100병 중에 5병은 '불량 술'이었다는 것. 일부 술에서는 사카린까지 나왔다.
대구국세청에 따르면 규정을 위반한 술은 대부분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곳에서 만드는 탁주다.
주류 제조 면허를 갖고 있는 곳이 워낙 많아 영세한 업체에서 '불량'이 나올 가능성이 많다고 국세청도 인정하고 있다.
대구경북만 해도 주류제조면허를 갖고 있는 곳이 무려 222곳에 이르고 전국적으로는 1천467곳이나 된다.
차 의원은 "전국적으로 주류 제조 면허가 1천500개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주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생산량에 따라 정기적으로 주질 분석을 실시하고 공개하는 것이 맞다"며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 주류제조면허가 163건이 취소됐는데 탁주, 약주, 과실주, 증류식 소주 등의 전통주생산업체가 대부분 영세업체임을 감안해 제조·판매·유통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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