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정치인과 리더십

10.28 국회의원 재보선이 눈앞에 다가왔다. 경남 양산 등 전국 5개 선거구에서 실시되는 이번 재보선에서 각 정당들은 한 석이라도 더 얻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10월 28일 저녁이면 투표율을 알 수 있겠지만 투표율이 높게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왜 유권자들은 자기 지역의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선뜻 투표장에 가지 않는가? 여기에는 이번 재보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바꾸어 말해 누가 당선되든, 선거 이후에 지역에서 전개될 상황은 유권자 개개인의 바람과 거리가 멀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신뢰와 기대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덧붙여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감이 널리 퍼져있는 것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이는 국가와 국민, 정치인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란 사회적 의사결정과 직결되어 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국민 다수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정치와 정치인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업이다. 그런데 사회적 의사결정에는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따라서 사회적 의사결정을 훌륭하게 작성하기 위해서는 이런 복합적인 요소와 다양한 이해관계를 잘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조정 능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사회적 갈등이 이어지게 마련이다. 조정 능력을 발휘하여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통합을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정치와 정치인에게 주어진 소명이다. 그 때문에 정치인에게는 남다른 리더십이 요구되는 것이다.

최근에 서울대 리더십 센터에서 매우 흥미로운 자료를 발표했다. 이 센터가 자체 개발한 '공공리더십 지수' 모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엘리트 집단의 공공리더십 지수는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942점 만점으로 분석된 엘리트 집단의 공공리더십 지수를 보면, 관료 집단이 가장 높아 384.30점을 기록했고, 이어서 시민단체 대표가 382.25점, 기업 최고경영자가 371.29점이었으며, 정치인과 지식인 집단은 각각 319.99점과 310.70점으로 아주 낮았다. 지수를 측정하는 지표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리더십 점수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엘리트 집단의 공공리더십 지수가 만점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것은 엘리트 집단이 공적인 리더로서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역할과 소명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동시에 우리나라 엘리트 집단이 일반 시민들로부터 왜 존경받지 못하고 있는가를 간접적으로 설명해 준다고 하겠다.

여러 엘리트 집단 가운데 정치인 집단이 특히 낮은 점수를 기록한 것이 눈에 띈다. 전체 사회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집단이 정치인 집단이라면 사회 어느 집단보다도 공공리더십 점수가 높아야 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정치인 집단은 절대적 점수도 낮았고, 다른 집단에 비해서도 낮게 나타났다. 이러한 점수야말로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기대와 신뢰가 낮은 까닭이 무엇인가를 입증하는 것이다. 리더십 자질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기대와 바람에 부합하는 정치를 해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며칠 후에 있을 국회의원 재보선은 물론이고 앞으로 있을 각종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과연 어느 후보가 리더십을 제대로 갖춘 후보인지를 판단해서 뽑아야 한다. 후보의 리더십 자질을 판단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이력과 평판을 잘 살펴보고, 필요하면 후보에게 자료를 요구해서라도 리더십 자질의 유무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물론 정당 정치가 우리나라 정치의 기본 틀이기 때문에 리더십 자질이 있는 정치인이라 할지라도 소속 정당의 틀 속에 갇혀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진정 리더십을 갖춘 정치인이라면 결정적인 순간에 그 진가를 보여줄 것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추구하는 보건의료 개혁에 당론과는 반대로 찬성표를 던진 올림피아 스노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처럼 말이다.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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