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구임대아파트 상가, 유령상가 될라

취재팀, 대구지역 14곳 실태조사

대구 동구 안심동 안심주공아파트 상가 2층에 방치된 상가. 언제 문을 닫았는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다. 김태진기자
대구 동구 안심동 안심주공아파트 상가 2층에 방치된 상가. 언제 문을 닫았는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다. 김태진기자
대구 수성구 범물동 용지아파트(범물2·3·4단지) 상가 1층이 모두 문을 닫은 채 3년 가까이 방치됐다. 하지만 공익을 내세운 수성시니어클럽 등 2개 기관이 주민을 고용하는 조건으로 이곳을 싸게 빌릴 수 있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 수성구 범물동 용지아파트(범물2·3·4단지) 상가 1층이 모두 문을 닫은 채 3년 가까이 방치됐다. 하지만 공익을 내세운 수성시니어클럽 등 2개 기관이 주민을 고용하는 조건으로 이곳을 싸게 빌릴 수 있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 수성구 황금동 황금주공3단지 상가 2층에는 주민 생활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사무실로 즐비하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 수성구 황금동 황금주공3단지 상가 2층에는 주민 생활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사무실로 즐비하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의 영구임대아파트 상가가 주민 없는 유령 시설로 전락하고 있다. 빈 점포 채우기만 급급한 주택관리공단과 대구도시공사가 주민 편의 시설 임대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구임대아파트가 하나의 '공공재'라는 점에서 방치되는 상가를 주민 상생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방치되는 상가

18일부터 21일까지 대구 영구임대아파트 14곳의 상가를 전수조사했다. 영구임대아파트 1만8천여가구 대부분은 1991~1995년 사이에 준공됐고, 아파트 환경 정비는 간간이 있었지만 상가 경우 20년 가까이 변화가 없다.

18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주공아파트 상가. 쓰레기장을 방불케했다. 화장실은 악취로 가득했다. 계단에도 먼지와 쓰레기, 얼룩이 범벅돼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니 대낮임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19일 오후 대구 동구 안심1·3주공아파트 상가도 사정은 비슷했다. 슈퍼를 찾는 사람이 가뭄에 콩 나듯 했다. 2층에 있는 부동산 사무실은 개점 휴업이었다.

빈 점포도 적잖았다. 임대용 277곳 중 18곳이 비어 있었다. 각각 9개, 5개 아파트 상가 관리를 맡고 있는 주택관리공단(LH공사 준공 단지), 대구도시공사 주거복지센터(대구도시공사 준공 단지)에 확인한 결과 실제로 빈 곳은 2, 3곳에 불과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주공, 도공 담당은 "계약은 유지한 상태다. 임차인이 다른 사업 구상을 위해 잠시 비워둔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편의 없는 상가

약국조차 없는 영구임대아파트 상가도 5곳이나 됐다. 빈 점포가 늘어나면서 관련 법령조차 주민 편의 시설 규정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근로자 및 영구임대아파트 부대 복리시설로 규정돼 있던 약국 의무 입점 규정이 폐지됐다. 근로자 및 영구 임대주택의 경우 1천가구 미만일 때 1곳 이상, 1천가구 이상일 때 2곳 이상의 약국을 두도록 한 규정이었다. 결국 대구 영구임대아파트 가운데 안심1·3주공, 황금3주공, 범물2·3·4단지, 남산까치 상가 약국이 사라졌다.

대신 주민 생활과 무관한 시설 20여곳이 들어섰다. 건설회사를 비롯한 중소기업 사무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빈 곳은 일단 채우고 보자는 식'. 황금3주공에서 만난 한 주민은 "중소기업 사무실들이 주민과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주민 상생 공간으로

이에 따라 내버려진 영구임대아파트 상가의 효과적 활용 방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서서히 시도되고 있다.

광주 북구청은 올 8월 자활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자리 공동작업장'을 만들었다. 비어 있던 영구임대아파트 상가를 빌렸다. 주민들 자력으로 생활비를 벌 수 있게 한 것이다.

영구임대아파트가 공공재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이런 움직임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서비스와 일자리를 활용할 수 있어 입주민들에게 직접적 도움이 된다.

대구 사회적기업 경우 지난달 희망자전거제작소가 산격주공아파트 지하 1층(182㎡)을 임대했다. 2010년 10월까지 1년간 빌리는 조건으로 주택관리공단과 계약했다. 3, 4년간 주인 없는 빈 점포였던 범물2·3·4단지 상가 1층에도 수성시니어클럽이 들어선다. 이곳 상가는 아파트 주민들을 100% 고용해 사회적 일자리 창출 공간으로 변신한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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