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DNA법안에 대한 小考

19C 후반 이탈리아의 롬브로조(Cesare Lombroso)라는 한 외과의사가 '범죄의 원인'에 대하여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롬브로조는 이탈리아 죄수들의 신체적 특징을 일반적인 군인들과 비교, 관찰하여, 범죄자적 신체특성을 도출하였는데, 5가지 이상의 범죄자적 신체특성을 가진 사람들은 원래부터 생물학적으로 원시적인 형질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범죄가 발생한다고 보았고, 그런 사람들을 '생래적 범죄인'(生來的 犯罪人, born criminals)이라 불렀으며, 범죄자적 신체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였다.

"생래적 범죄자의 일반적인 특징으로는 귀가 술잔 손잡이 모양이고, 머리털은 무성하며, 수염은 적고, 이마가 툭 튀어나왔다. 턱뼈는 크고, 턱은 4각형인데, 앞으로 튀어나왔으며, 광대뼈는 넓다. 절도범은 눈이 작고 사팔뜨기가 많은데, 미간에는 주름이 잡힌다. 코는 굽어 있고, 무딘 모양이며, 수염은 적고, 이마는 좁다. 살인범은 눈매가 차갑고 충혈되어 있으며, 코는 크고 매부리코 모양이 많다. 턱뼈가 굵고 귀는 길며 볼은 넓다. 머리는 곱슬하고 숱이 많으며 검은 색이다. 수염은 적고, 입술은 얇으며, 송곳니는 크다."

독자들께서는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위 기준대로라면 필자는 롬브로조가 말한 '생래적 범죄인'의 범주에서 제외되기는 아마 힘들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19C에 이탈리아에서 지금의 외모 그대로 태어났다면, 아무리 도덕적이고 성실하게 살아본들 '생래적 범죄인'이라는 낙인(烙印)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 아닌가. 19C에 이탈리아에서 태어나지 않고, 21C 대한민국에서 먹고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몰라하며, 감사 또 감사해하며 살아가려 하는데, 21C 대한민국에서는 'DNA법안'(DNA 신원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하여, 조금은 걱정이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공동 발의한 DNA법률안은 살인, 강도 등 재범우려와 피해 정도가 큰 12개 유형의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유전자(DNA) 정보를 반영구적으로 보관하면서, 수사 등에 활용하는 내용인데, DNA를 채취해 범인 검거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이들 범죄자로 인한 추가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 하는데, 요즘 같은 살벌한 세상에 재범(再犯) 및 추가피해의 방지를 위해 마땅히 실현되어야 할 법안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당연히 공감을 한다.

그러나, DNA법안이 위와 같은 입법취지를 완전히 뛰어넘어 오'남용될 경우, 19C 후반 이탈리아의 롬브로조가 신체의 외관을 기준으로 '생래적 범죄인'을 설정한 것처럼, DNA 염기서열의 구조적 특이성을 기준으로 또 다른 무고한 '생래적 범죄인'을 양산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조금은 걱정이 앞선다.

또, DNA법안에 따라 유전자정보가 보관된 사람은 그 후에 개화, 개선이 되어, 도덕적으로 성실하게 살고 있다손 치더라도, 동종의 무슨 사건이 발생하기만 하면 DNA 비교대상이 되는 등 항상 '잠재적 범죄인'으로 취급받게 되는 부당한 점도 문제이고, 아무리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더라도 지극히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정보를 국가기관이 통제, 관리'감독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privacy권 침해의 문제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바, 이에 입법자 및 집행자들에게 DNA법안의 신중한 입법과 운용을 부탁드린다.

'사람 밑에 사람 없고, 사람 위에 사람 없다'고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범죄자를 무슨 하등동물 취급하듯이, 영원히 격리되어야 할 존재, 처음부터 열등적(劣等的) 성향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는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범죄인을 처벌하는 형벌의 가장 근원적인 목적은 '범죄인의 개화, 개선'이고, 이와 같은 형벌의 목적은 우리 사회가 범죄인을 용서하고 우리 사회의 품으로 따뜻하게 끌어안아 줄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죄만 미워하고, 사람은 미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경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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