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정부는 국방, 치안유지 등 기본적인 역할뿐 아니라 경제안정 및 성장, 의무교육, 보건, 문화사업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것들은 대부분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경제·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정부는 자금을 마련하는데 이러한 정부의 경제활동을 '재정'이라고 한다. 정부는 조세, 세외수입, 자본수입, 원조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한다. 이 중에 조세 수입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세금이란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수입을 얻기 위해 법률에 의거, 직접적으로 반대급부 없이 자연인이나 법인에게 부과하는 경제적 부담이다. 대다수의 납세자들은 세금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납세자의 입장에서 세금은 골치 아프고 귀찮은 존재다. 가능하면 적게 내려고 하거나 아예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도 정부에서 제공하는 각종 재정활동, 즉 각종 공공시설, 보건의료, 복지 및 후생 등의 편익에서는 더 큰 혜택을 보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정부는 납세자들로부터 불평, 불만이 없으면서도 원활한 재정활동을 위한 조세정책에 골몰하고 있다.
바람직한 조세원칙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세계의 많은 경제학자들이 언급하는 여러 원칙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공평과 효율의 원칙이다. 공평의 원칙이란 특권계급을 인정하지 않고 국민 누구나 자신의 능력에 따라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이고, 효율의 원칙이란 정부가 효율적인 제도로 세금을 과세해야 하며 납세자들로부터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세금을 징수해야 한다는 말이다.
바람직한 조세원칙을 설명할 때 거위의 털을 뽑는 것으로 비유를 많이 한다. 거위가 소리를 가장 적게 지르게 하면서 털을 가장 많이 뽑는 것이 가장 훌륭한 조세원칙이라는 것이다. 깃털을 뽑는 과정에서 거위를 함부로 다루면 거위는 소리를 지르거나 달아나 버릴 것이다. 동일한 세금을 거두더라도 납세자들을 부드럽게 다뤄서 세금을 내는 것 자체가 불편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어떤 거위도 차별을 두지 말고 공평하게 깃털을 뽑아야 한다.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제도나 현금카드제도, 상습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이나 기업들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한 것 등도 공평한 과세를 위해서이다. 더불어 거위 각각의 상태를 감안하여 깃털을 뽑아야 한다. 어리고 병든 거위에게서 건강한 거위와 동일한 수의 깃털을 뽑으면 거위들의 불평·불만이 생길 것이다. 깃털을 무리하게 뽑을 경우 거위는 죽게 되고 결국에는 깃털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위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면서 깃털을 뽑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많은 털을 뽑을 수 있어 깃털을 뽑는(과세당국) 입장에서는 더 큰 이익이 된다.
정상만(대구은행 성서공단영업부 부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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