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추위에 스산했던 마음을 보상받을 수 있을 만큼 최근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참 좋은 날들이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신경이 쓰이는 아이의 중간고사도 끝나고, 시험 성적이야 어떻든 간에 더욱 여유있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요즘 남편의 고민 중 하나는 '어떻게 하면 TV를 끊을 수 있을까'다. 남편은 TV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TV시청을 완전히 끊고 싶은 모양이다. 남편은 TV시청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한다. 사실 멍하니 TV를 보고 있으면 한두 시간은 훌쩍 가버린다. 아무 할 일이 없다고 느껴질 때나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그저 손쉽게 시간을 때울 수 있는 방법이 TV시청이다. 하지만 필자는 TV시청시간이 아깝다든가 나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가 필요한 만큼 적절하게 시청시간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남편은 퇴근 시간이 늦은 편이다. 집에 와서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잠깐 머뭇거리는 사이에 또 자야 할 시간이 된다. 그 머뭇거리는 시간은 주로 TV시청으로 허비한다. 대부분의 아빠들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그리고 집에 있는 그 많지 않는 시간에 '뭘 해야 하지' 하며 머뭇거리고 결국 TV를 보게 된다.
요즘 남편은 그러한 시간들을 아까워하고 가족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좀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시간이 날 때마다 가족이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은데 잘 되지 않는다. 사실 대다수의 가족들이 밖으로 나들이를 가지 않는 이상 집에서 다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방법에는 익숙하지 않다. 하루 종일 집에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TV 한 번쯤 틀어 보게 되고 1시간 정도는 쏜살같이 흘러간다. 가족이 다같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보더라도 서로 감정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기보다는 그저 TV에만 몰두한다.
퇴근 후에 아빠가 머뭇거리고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을 소중하게 만들어줄 것이 있으면 좋겠다. 휴일에 온 가족이 다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한다. 그것이 우리 가족 모두에게 공통된 것이면 좋겠다. 부부도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으면 더욱더 행복할 수 있듯이, 가족이 같은 취미를 가진다면 즐거움은 더욱 커질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에게는 지금이 가족들이 같은 취미를, 함께할 수 있는 것을 갖기에 참으로 좋을 것 같다. 가령, 토요일 저녁에는 온 가족이 맛있는 저녁 만들기를 해볼까? 저녁마다 조금씩 온 가족이 머리를 맞대 만들 요리를 찾고 정하고 레시피도 작성하고 여건이 된다면 다함께 장을 보는 것도 좋겠다.
그러는 중에 자연스럽게 가족의 공통 화제가 생기고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지 않을까? 오늘 저녁에는 온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봐야겠다.
천연정(동변초교 2년 정민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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