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8년 4월 안동시 정상동 고성 이씨 선산. 택지조성지구로 지정돼 분묘를 이장하던 중 목관 안에서 미라가 발견됐다.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와 여백도 없이 빽빽하게 적어나간 편지가 함께 들어있었다. '원이 아버지에게'로 시작되는 이 편지는 먼저 떠난 남편에게 보낸 사부곡(思夫曲)으로 460년 만에 빛을 본 것이었다.
'함께 누워 마주 보고 언제나 말했지요. 나는 당신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당신은 내 마음을 어찌 가졌나요. 둘째 낳으면 할 말 있다 해놓고 어찌 그렇게 가시나요….' 구구절절 애틋한 마음을 표현한 글은 시공간을 넘어 많은 사람에게 가슴 저린 감동을 주었다.
매일신문 보도 이후 전국적으로 알려졌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 고성 이씨 가문의 며느리는 편지 첫 머리의 '원이 아버지'를 따 '원이 엄마'로 불렸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기사가 실린 데 이어 최근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팀이 안동을 방문해 후속 이야기를 취재해 가기도 했다. 소설가 조두진 씨는 이 이야기를 '능소화'라는 소설로 엮어냈다. 이를 대본으로 삼아 오페라 '원이 엄마'가 제작됐다.
'2009 국제오페라축제'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은 초연의 창작임에도 애절한 이야기와 듣기 쉬운 대중적인 멜로디로 성공을 거뒀다. 지난 토요일 공연 때 원이와 여늬(원이 엄마)가 부르는 아버지와의 사별 장면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초연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재공연의 기약은 없다. 3억 원 정도인 제작비 부담 때문이다. 사실 이 공연만 하더라도 안동대 음악과 박창근 교수의 헌신적인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획에서부터 협찬, 제작에 이르기까지 북 치고 장구 치며 이뤄낸 것이다.
물론 오페라 '원이 엄마'는 세계적인 오페라와 경쟁하기에는 크게 뒤떨어진다. 작품 구성과 오케스트레이션, 아리아 등 수정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우리 정서에 꼭 맞는 사랑 이야기를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제작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창작 오페라는 만들기도 힘들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무대에 올려 발전시키기는 더욱 힘들다. '원이 엄마'는 일회성 공연으로만 버리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다.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물론, 주 무대인 안동시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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